[한경ESG] 커버 스토리 - 베일 벗은 ESG 공시, 코리아 프리미엄 시동
⑥-2 이해관계자 의견 - 이종오 한국사회책임 투자포럼 (KoSIF) 사무국장
정부의 ‘ESG 공시’ 초안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공시 지연과 범위 축소가 국내 자본시장 신뢰와 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ESG 공시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며, 이번 정책 방향이 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 저하와 자본 유출, 공급망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그동안 글로벌 ESG 기준 도입과 국내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 논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공시 지연이 투자자 신뢰 저하와 자본 유출, 공급망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그는 이번 정부 초안이 ESG 공시 확대와 K-GX, 기후금융, 밸류업,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 등 정부가 추진해 온 다른 정책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시 범위와 시기를 늦춘 이번 안이 국내 기업의 기후 경쟁력과 자본시장 신뢰를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ESG 공시안에 대한 평가는.
“글로벌 ESG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공시 대상과 시기를 과도하게 늦추면서 신뢰 가능한 ESG 데이터 공백이 장기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자본시장 투명성과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고, 책임투자 자금 이탈과 공급망 배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시 지연이 자본시장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ESG 공시는 투자자가 리스크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다. 공시가 없다는 것은 리스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측정·비교·검증이 불가능한 데이터 공백은 불안을 키우고 정보 획득 비용을 높인다. 결국 자본조달 비용 증가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 투자자 이탈과 단기 투기자본 유입 우려가 많은데.
“‘ESG 통합전략’을 사용하는 글로벌 패시브 펀드 중 MSCI나 FTSE 지수를 추종하는 ESG 통합전략 글로벌 패시브 펀드들이 있다. 이를 분석하면 한국 시장에 투자된 ESG 통합전략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약 123조 원 규모다. 이런 자금은 ESG 정보 부재를 단순 누락이 아닌 ‘리스크 불명’ 상태로 본다. 측정 불가, 비교 불가, 검증 불가 상태로 간주해 할인율을 높이고 ESG 등급을 낮춘다. 등급이 하락하면 패시브 자금은 펀드매니저의 판단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매도한다. 공시 의무화가 늦어지거나 공백이 생기면 양질의 장기 투자자금은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단기 투기자본 비중이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ESG는 단순한 평가 요소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위한 ‘비즈니스 면허’ 수준의 기준이다. ESG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신뢰성이 낮으면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돼 입찰 제외, 물량 축소, 계약 해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중국, 대만은 물론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요 경쟁국도 우리보다 공시 시기가 빠르고 대상 기업 수도 많다. 반면 한국은 2028년 자산 30조 원 이상부터 시작하고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늦춰지는 구조여서 공급망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공시 대상 기준과 정책 설계의 문제는.
“2028년 자산 30조 원 이상 기업부터 시작하는 구조는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들도 이미 상당한 공시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대다수 기업이 글로벌 기준보다 훨씬 늦게 공시에 참여하게 되고, 중견 기업들은 장기간 공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기업 준비 수준에 대한 평가는.
“이미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70% 이상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대응을 통해 기후 데이터 관리 역량도 축적돼 있다. 공시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책이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코프 3 공시 유예에 대한 입장은.
“스코프 3은 전체 배출의 70~80%를 차지하는 핵심 지표다. 이를 3년 유예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늦추겠다는 의미다. 이미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만큼 1년 유예로도 충분하며, 장기 유예는 기업 대응을 지연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유예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행정·금융 지원이다.”
정부가 해야 할 지원은.
“중소·중견기업은 데이터 취합과 공급망 정보 제출 과정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통합 정보 플랫폼이나 데이터 연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Catena-X’처럼 데이터 연합 및 플랫폼화를 지원해야 한다. 또 추정치 기반 데이터 오류에 대해서는 합리적 노력이 전제될 경우 세이프 하버(면책)를 적용하고,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산정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거래소 공시 방식의 한계는.
“거래소 공시는 제재 수준과 법적 책임 구조가 약해 정보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허위 공시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직접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 ESG 워싱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 법정 공시 전환이 필요하다. 거래소 공시가 필요하더라도 그 기간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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