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자포럼 ‘ESG 법제화 동향과 투자자보호’ 학술토론회
한국 ESG 공시 로드맵 “글로벌 기준 대비 범위·속도 모두 부족”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시 범위와 규율 방식, 그리고 법적 책임의 한계를 둘러싼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공시의 신뢰성을 확보하면서도 기업의 과도한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열린 한국투자자포럼 학술발표에서는 ESG 법제화 현황과 공시제도의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발표자들은 ESG 공시가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존 재무공시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첫 발표를 맡은 이채진 홍익대 교수는 ESG 공시 의무화가 자율공시에서 법정공시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거래소 공시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법정공시로의 전환 시점과 규율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김선미 교수는 ESG 평가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 분석 결과가 소개했다. 김 교수는 “CSR 수준이 높은 기업이 위기 시 더 높은 주식수익률을 보인다는 뚜렷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ESG 평판보다 실제 재무성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 전략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효과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기보다, 산업별·상황별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둘러싸고 각계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신상훈 교수는 ESG 공시 의무화가 연기된 2023년 이후 공시 품질이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며 의무화의 적극적 추진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결 조건임을 강조하였다.
한국ESG기준원 정재규 ESG정보분석센터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ESG 경영의 핵심 토대라고 강조하면서 현행 로드맵이 기후 관련 공시에만 한정되어 사회(S) 영역이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완 과제로 제시하고 거래소 공시로의 출발 자체는 지지하되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총장은 한국의 공시 의무화 초기 대상이 58개사에 불과해 EU 1만1700개사, 호주 700개사, 일본 172개사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적고 Scope 3 배출량의 3년 유예 역시 대부분 1년 유예를 적용하는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며, 공시 대상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하고 거래소 공시 1년 후 곧바로 법정공시로 전환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강택신 기업법제팀장은 “거래소 공시라도 투자자가 허위·부정확한 정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열려 있어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공시 정보의 양적 확대가 분석 역량이 제한적인 개인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황근식 지속가능성인증연구센터장은 “거래소 공시 방식은 지속가능성 정보와 재무정보를 별개로 공시하게 되어 일반목적재무보고라는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조속한 사업보고서 공시체계 전환을 촉구하고, 주요국이 공시와 동시 또는 1년 후 인증을 의무화하는 것과 달리 인증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않은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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