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로 안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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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의원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법정 공시로 격상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미 EU, 일본 등 주요국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 내에 공시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법정공시에 따른 기업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 세이프하버 장치를 함께 설계했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⑦법정공시와 인증 - 민병덕 국회ESG포럼 공동대표

“ESG 공시,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로 안착해야”

지속가능성 공시를 둘러싼 논의가 ‘자율 공시’에서 ‘법정 공시’로 옮아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성 정보가 재무 정보와 결합된 핵심 투자 판단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공시 체계의 정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ESG포럼 공동대표)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를 사업보고서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자본시장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이끌어 온 그는 공시 책임과 기업 부담 간 균형,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면책) 도입, 단계적 제도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입법 배경과 함께 제도 설계 방향, 향후 공시 로드맵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배경과 문제의식은 무엇입니까?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제 단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보고가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 위험과 기회를 설명하는 핵심 정보입니다. 유럽연합(EU)·영국·일본·호주 등 주요국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 체계 안에서 공시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속가능성 정보가 아직 거래소 중심의 자율공시 형태에 머물러 공시 채널이 분산되고, 공시 책임 체계 또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자본시장법상 공시 체계 안으로 편입해 사업보고서 내 공시로 정착시키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자본시장법상 법정공시로 전환되어야 하는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래소 공시 중심의 구조만으로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갖는 재무적 중요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자본시장 공시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보이기 때문에 공시 책임과 감독 체계가 명확히 정립된 법정공시 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업보고서 공시는 이미 모든 상장사가 활용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상 공식 공시 채널이며, 공시 책임과 감독 체계가 가장 명확하게 확립된 제도입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기업 가치와 위험을 설명하는 핵심 정보라면, 궁극적으로는 이 공시 체계 안에서 제공되는 것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제도 도입 초기에 기업들의 준비를 돕기 위해선 과도기적 수단으로 거래소 공시가 일시적으로 필요할 수 있어도, 국제정합성과 제도 안정화를 위해선 1~2년 후 법정공시 전환이 명확해야 합니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자본시장법상 법정공시로 격상될 경우, 공시 오류나 누락에 대해 기업이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기업 부담을 고려해 책임 범위나 일정 기간의 면책 조치 등을 어떻게 설계했습니까.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법적 책임 문제입니다. 공시 정보의 특성상 정량적 데이터뿐 아니라 전망이나 위험 평가와 같은 미래지향적 정보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후 책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제안하는 핵심 장치가 바로 세이프 하버입니다. 기업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성실하게 공시를 이행한 경우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후적 책임 부담을 과도하게 지지 않도록 일정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공시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명확히 하는 만큼 기업이 그 기준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정성을 제공하자는 접근입니다. 공시 책임과 기업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제도 역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정안에서는 면책 시행 시기, 적용 대상, 공시 기준 등을 시행령에 상당 부분 위임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속가능성 공시는 아직 국제적으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공시 기준, 적용 범위, 검증 방식 등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 단계에서 모든 내용을 고정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오히려 제도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률에서는 공시 체계의 기본 원칙과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공시 기준이나 적용 범위, 시행 시기 등은 시행령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국제 기준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방향성을 법률로 분명히 하되, 세부 설계는 정책 환경과 기업 준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ESG 공시,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로 안착해야”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나 지원 방안으로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있나요.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에게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공시를 부담으로만 인식하지 않도록 적절한 인센티브 구조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공시를 성실하게 이행한 기업에는 규제 측면에서 일정한 감경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증권 발행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거나 금융기관의 리스크 평가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방식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와 공공기관 차원에서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공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시 데이터 구축, 내부 통제 시스템, 인력 교육 등 실무적인 지원이 병행될 때 기업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인센티브와 지원 정책이 함께 설계될 때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가 기업과 시장 모두에게 긍정적인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가 발표할 4월 공시 로드맵에 제언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제 개별 국가의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금융위원회의 공시 로드맵에는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제도의 방향성이 분명히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시 체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국제 기준과 어떻게 정합성을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적용 대상과 시행 시기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업 준비 상황을 고려해 거래소 공시를 테스트베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간의 과도기적 장치여야 합니다.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정도의 기간 이후에는 사업보고서 기반의 법정공시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제도의 안정성과 국제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결국 지속가능성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정보 인프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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