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전 세계 연결하는 통합 물류 서비스… ‘KE 웨이’로 날다

6 hours ago 3

한진, 전 세계 육해공 잇는
종합 물류 그룹 도약
네트워크 효율 높여
내년 통합 항공사 출범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8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8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Moving the world to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향해 세상을 움직인다).”

지난해 한진그룹이 창립 80주년을 맞아 내건 새 슬로건이다. 혁신으로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끌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진은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지금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비전 2045’를 선포했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45년까지 항공은 물론 물류와 디지털, 미래 모빌리티, 나아가 우주 산업까지 포괄하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외형만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사업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00년을 존속한 기업이 스무 곳을 채 넘지 못하는 국내 현실 속에서 한진의 80년 역사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유가, 환율, 금리라는 3대 거시경제 변수에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노출된 항공·운수업계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좋은 선택’을 해 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변화에 대응해 기업 내부의 자원을 재설정하고 혁신하는 탁월한 동적 역량을 발휘한 결과다. 한진의 위기 돌파 과정과 성과, 앞으로의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월 2호(433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역발상 오퍼레이션 전략

한진의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발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역발상 오퍼레이션으로 돌파했다. 대부분 항공사가 운항을 중단하고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던 시기, “지금은 무엇을 실어 나를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빠르게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대한항공은 유휴 여객기를 화물 운송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좌석을 뜯어내고 기내를 화물 적재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발상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행 난도는 높다. 좌석을 제거하면 기체 무게중심이 달라진다. 바닥 하중과 화재 안전 기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규제 당국 승인도 필요하다. 엔지니어링과 운항, 정비, 안전, 대관 조직이 동시에 움직여야 가능한 작업이다.

전사적 총력전 끝에 대한항공은 2020년 9월 B777-300ER 여객기 좌석을 철거해 화물 전용기로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1대당 약 10∼15t의 추가 화물 공급량을 확보했고 이후 A330 등 다른 기종으로도 확대했다. 이들 ‘화물 전용 여객기’는 2만 회 이상 화물을 실어 나르며 팬데믹 기간 대한항공의 현금 흐름을 지탱했다. 성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2020년 대한항공은 매출 7조4050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화물 매출은 4조25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늘었다.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20%였던 화물 비중은 팬데믹 기간 60∼70% 수준까지 치솟았다. 2021년에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 1조4644억 원을 기록했는데 화물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 아시아나 인수로 메가 캐리어 도약

한진그룹은 팬데믹 기간 창출한 현금 흐름을 발판 삼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사하며 구조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객과 화물, 정비(MRO), IT 인프라를 망라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통합의 의미는 단순히 규모의 경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항공 산업은 항공기 대수가 늘어난다고 자동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가 아니다. 운영 전략 없이 외형만 키우면 고정비 부담과 복잡성이 커질 수 있다.

핵심은 ‘네트워크 밀도(network density)’다. 항공사의 경쟁력은 개별 노선 성과보다 노선 간 연결이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 효율에서 결정된다. 환승 편의성과 연결 시간 등이 모두 네트워크 가치의 핵심 요소가 된다.

통합 이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인천공항을 허브로 쓰면서도 경쟁 관계였다. 같은 시간대 중복 운항이 생기고 환승 연결이 끊기는 구간도 발생했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면 일정과 노선을 하나의 네트워크 관점에서 재설계할 수 있다. 최소 연결 시간(MCT)을 줄이고 장거리와 단거리 노선의 환승 선택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같은 자산에서 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복 노선 조정과 기재 재배치도 가능해진다. 항공기 리스료와 감가상각비, 인건비, 정비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 산업에서 가동률과 배치 효율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 통합의 성패를 가를 PMI

관건은 PMI(인수 후 통합)다. 항공사는 안전 규제와 노선 운영, 기재 운용, 노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고밀도 시스템 산업’이다. 통합 초기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거나 조직 마찰로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면 네트워크 효율화라는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 한진그룹은 PMI를 단기 이벤트가 아닌 체질 개선 과정으로 보고 대한항공의 새로운 가치 체계 ‘KE 웨이(KE Way)’를 제시했다. 통합 이후 의사결정 기준과 협업 방식, 우선순위를 공통 언어로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한진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계기로 항공 네트워크와 육상 물류 역량을 결합해 ‘끊김 없이 연결되는 통합 물류 서비스’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통합을 ‘준비’가 아니라 ‘완성’ 단계로 끌어올려 내년부터는 글로벌 항공사들과 경쟁하며 실질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조원태 회장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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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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