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평가에 주관적 인식 개입
평가 체계 근본적 재검토 필요
구체적 행동 훈련 지속해야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 리더십 평가 도구들이 리더의 실제 행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지 못하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리더십 스타일을 측정하는 설문지들이 리더의 행동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한 관찰자의 주관적 평가도 함께 측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특정 행동을 ‘윤리적’이라고 응답하는 것은 그 행동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와 로젠대 연구팀은 네 개의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인지 편향을 검증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자선단체 직원을 격려하는 리더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되 일부에게는 리더가 과거에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정보를, 다른 일부에게는 성과가 부진했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동일한 행동을 보여줬음에도 과거 성공 정보가 주어진 참가자들은 리더를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리더가 윤리적이라는 추가 정보를 제공했을 때 참가자들이 동일한 행동을 더 진정성 있고 윤리적이며 서번트 리더십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 번째 실험은 정치적 가치 일치 여부에 따른 평가 차이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리더의 연설을 읽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네 번째 실험에서는 윤리적 리더십 수준이 다른 리더의 영상을 본 뒤 수학 문제 풀이를 통해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리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참가자의 부정행위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험 결과는 리더십 평가가 실제 행동이 아니라 리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과거 성과, 정치적 가치 등 비행동적 정보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리더십 평가 도구들과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만을 측정하는 EvalQ(Evaluative Questionnaire)를 비교했는데 두 도구 모두 유사한 예측력을 보였다. 이는 리더십 스타일 평가가 행동 관찰이 아니라 평가자의 주관적 가치 판단에 기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이번 연구는 리더십 연구와 실무 모두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리더십 평가 체계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일 평가 도구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의 다각적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리더십 개발 방식 역시 긍정적 자질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관찰 가능한 행동 훈련으로 확장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라”는 조언 대신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라”는 식의 구체적 행동 지침이 필요하다. 나아가 리더십은 리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팔로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리더가 동시에 팔로어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팔로어십 교육을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김진영 비즈니스 코치 jykim@connectdots.co.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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