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현대미술의 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 5월 개최…‘해방공간’으로 변신하는 한국관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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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현대미술의 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 5월 개최…‘해방공간’으로 변신하는 한국관 미리 보기

입력 : 2026.04.24 16:12

세계 최대 비엔날레로 손꼽히는 베니스비엔날레. 1895년 미술전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권위 있는 국제 행사로서, 짝수년에는 미술전, 홀수년에는 건축전이 번갈아 열린다. 2026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전이 열리는 시기로, 올해 한국관 전시는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해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킨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Art Biennale’]
베니스비엔날레(Venice Biennale)는 ‘현대미술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고 권위 있는 국제미술 행사 중 하나이다. 1895년 창설된 이후 1930년부터 국가 주체로 열리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크게 국제전과 국가관 전시, 병행전시로 구성돼 있다. 국제전(본 전시)은 비엔날레 총감독이 기획하여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전시되며, 자르디니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에서 진행되는 국가관 전시는 총 29개 국가가 자체적으로 상설 운영하는 전시이다. 자르디니 공원에 자리한 각 국가별 파빌리온을 통해 자국의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베니스비엔날레의 경우 단순한 전시를 넘어, 예술을 통해 사회, 정치, 환경 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국가별 참여로 문화 외교의 성격을 띠며, 각국의 정체성과 예술적 역량을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 한국관은 베니스비엔날레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1995년에 26번째 국가관으로 공식 개관함으로써 세계에 한국 미술의 위상을 알리기 시작했다. 매 회차마다 한국 큐레이터가 선정되어 한국 사회와 예술의 현황을 반영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요새와 둥지로 표현되는 해방공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1995년 베니스 시 자르디니(Giardini) 카스텔로 공원 내 26번째 국가관으로 건립됐다. 당시 제국 바탕의 국가관으로 가득하던 카스텔로 공원에, 한국관이 기적적으로 입성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를 맞은 한국관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한국관 자체를 ‘해방공간’을 위한 임시적 기념비로 새롭게 제시한다. ‘해방공간’은 일제 강점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역사적 과도기(1945~1948)이자 ‘새로운 주권 개념’을 지칭한다.

광복50년(1995)에 개관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모습(사진 매일경제DB)

광복50년(1995)에 개관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모습(사진 매일경제DB)

이번 비엔날레 전시는 최빛나 예술감독의 큐레토리얼(전시를 통해 사회·문화적 맥락을 드러내고 담론을 생산해 전시를 ‘독해’하도록 만드는 기획) 전제에서 출발한다. 최 예술감독은 한국관 전체를 세계 지정학적 맥락에서 개입하고 다루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처음 들어온 해인 ‘1995년’을 한국의 탈 식민화 역사의 결정적인 해로 바라보았다. 당시 중앙청(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및 광주비엔날레 설립, 그리고 베니스비엔날레 카스텔로 공원에 일본, 러시아, 독일관 사이에 세워진 한국관 건립에 대해 ‘탈식민화의 움직임’이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형성과 입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카스텔로 공원에 있는 한국관은 그간의 일반적인 기념비적 건물(파빌리온)의 전형과는 다르다. 기둥을 세워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마감된 파빌리온(건축가 김석철, 프랑코 만쿠조 공동 설계)으로, 경관을 배려함과 동시에 다양한 형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1995년 한국관이 생길 때, 베니스 시 당국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건축을 허용했던 조건 때문이었다. 최빛나 예술감독은 한국관이 경계와 방어의 요새뿐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보듬고 키워내는 둥지의 감각이 공존한다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왼쪽부터)최빛나 예술감독, 최고은 작가, 노혜리 작가(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왼쪽부터)최빛나 예술감독, 최고은 작가, 노혜리 작가(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된 올해의 전시 ‘해방공간 기념비’ 한국관은 ‘요새’와 ‘둥지’에 비견할 대조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2026년 제 61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최빛나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고, 최고은과 노혜리 두 작가가 참여해 각기 ‘메르디앙(Meridian)’ 그리고 ‘베어링(Bearing)’이라는 제목의 조각적 설치 및 수행 작업을 펼친다.

‘해방공간 기념비’ 관통과 순환, 포용의 메시지

최고은, 노혜리 대표작가는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를 준비하며 한국관의 형태 및 입지를 적극 활용했다. 그를 통해 각종 조각적 구축과 상황 및 수행을 선보인다.

먼저 최고은 작가의 ‘메르디앙Meridian’은 자오선(천구의 남극과 북극, 관측자의 천정을 잇는 대원)과 경락을 뜻하는 말로, 전시는 한국관 역사상 처음 3차원적으로 외부와 내부를 관통하는 동파이프 조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마치 침술을 떠올리듯 바늘, 창, 가지, 빛 줄기처럼 유사 선형적 형상을 연상시키는 원통형 구조의 파이프들이 한국관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듯 관통해, 끊임없는 동선을 만들어내는 상태를 선보인다. 건물을 하나의 신체처럼 해석함으로써, 꿰뚫고 파열시키는 동시에 막힌 혈을 뚫고 경락의 피를 원활히 흐르게 하는 ‘순환과 치유’의 작용을 암시한 것이다. 산업 자재의 방어적이고 날카로운 형상은 사실상 ‘요새’에 가깝지만, 동시에 유연함을 지닌 공간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개관 이후 30년간 폐쇄된 한국관 2층 공간이 개방될 예정이다.

최고은 ‘Meridian’(Work-in-progress), 2026(©2026 Korean Pavilion. photo-Jongchul Lee 이종철)(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최고은 ‘Meridian’(Work-in-progress), 2026(©2026 Korean Pavilion. photo-Jongchul Lee 이종철)(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노혜리 작가의 ‘베어링Bearing’은 포용하는 공간으로 ‘둥지’를 형상화했다. 한국관에 진입한 관객은 먼저 최고은 작가의 대담하고 날카로운 구조적 개입을 마주하고, 이어 노혜리 작가의 보다 내밀하고 친밀한 공간에 들어선다. 약 4,000여 개의 오간자(Organza, 평직으로 짜인 비단 작물)로 반투명한 막을 형성해 한국관 내부의 모양새를 하나의 ‘움·막’처럼 형성한다. 이는 마치 일종의 자궁 혹은 피난처, 성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움·막’ 안팎으로 관객이 따라갈 수 있는 동선 사이사이에는 들르고 머물 스테이션(stations)들이 마련된다. 스테이션은 자립과 공생을 위한 의례의 공간으로, 애도·기억·전망· 생활·기다림·계획·수선·나눔(공유)까지 총 8개로 구성되며, 4명의 ‘수행자(Bearers)’들이 전시 기간 내 스테이션들을 돌며 매일 특정한 의례를 수행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관객들은 마치 탑돌이 의례와 같이 한국관을 함께 돌고 도는 경험을 하게 된다.

노혜리 ‘Bearing’(Work-in-progress), 2026(©2026 Korean Pavilion-2. photo-Orlando Thompson)(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노혜리 ‘Bearing’(Work-in-progress), 2026(©2026 Korean Pavilion-2. photo-Orlando Thompson)(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특히 본 작품의 경우 예술적·정치적·사회적 창작자 및 활동가를 펠로우(fellows)로 초청해 해방공간 기념비로서 한국관의 운동성 및 연대 의식을 확장한다. 초대 펠로우로 농부-활동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참여한다. ‘애도’ 스테이션에선 한강의 미술 작품 ‘Funeral’이, ‘나눔’ 스테이션에는 이랑이 작사/작곡한 음악과 김후주의 텍스트 및 씨앗 등이 녹아드는 등 펠로우의 작품 및 활동은 리노 판화, 사진, 조각, 노래, 발언 등 여러 형식을 통해 선보인다. 펠로우의 작품들은 한국사에서 주권, 국가, 공통체를 연상시키는 ‘특수한 지점’에 개입, ‘베어링(Bearing)’과 스테이션들의 품 안에서 그 모습과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처럼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찾은 관객들은 요새와 둥지, 내부와 외부, 위와 아래, 단단한 재료와 부드러운 재료 등 서로 다른 대조적인 감각 체계로 세계를 오가는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움직임을 만나볼 수 있다.

세계 예술인들의 네트워크, 베니스비엔날레

올해 한국관은 일본관(작가: 에이 아라카와, 예술감독: 마주키 다카하시, 리자 호리카와)과 함께 사상 최초로 자르디니 공원 내 유일한 두 아시아 국가관 간의 협력을 도모한다. 하나의 뜰을 두고 나란히 자리한 한국관과 일본관은 긴장과 대립의 관계를 넘어선 협업을 통해, 양 국가관이 상호 개입하며 작가 및 큐레이터 간의 여러 협력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 밖에도 2027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귀국전’은 베니스 전시의 회고나 재현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상호 배움과 협력의 장으로 구성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분열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연결에 대한 사유와 회복력을 감각하는 기념비로서 한국관을 제안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오는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최된다.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7호(26.04.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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