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고전 『바냐 아저씨』가 한국 무대에서 새롭게 재탄생한다.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첫 연극 도전으로 화제가 된 ‘바냐 삼촌’, 일본 키네마 준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심은경의 첫 연극 도전작 ‘반야 아재’가 바로 그것이다. 이어 7월에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한국 초연에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이 캐스팅 소식을 알려 뜨겁게 화제가 되었다.
러시아 문학 거장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재해석한 두 작품
이서진·고아성 첫 연극 호흡, ‘바냐 삼촌’
대표 고전이자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바냐 아저씨』(1897)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먼저, 5월 7일부터 3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선보이는 ‘바냐 삼촌’(손상규 각색·연출)이 시작을 알린다. ‘바냐’ 역은 배우 이서진이, ‘소냐’ 역은 배우 고아성이 맡았다.
이서진의 경우 데뷔 27년 만에 첫 연극 무대 도전이고, 고아성 역시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1899년 러시아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바냐 아저씨’는 지금까지도 세계 무대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은 19세기 러시아의 시골 영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번 공연은 특정 시대나 장소를 지정하지 않는다. 이서진은 삶에 불만과 회의를 토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애정과 꿈과 관련된 순정을 간직한 인물 ‘바냐’를, 고아성은 바냐와 함께 삶의 터전을 지키며 다음 세대로 나아가는 인물 ‘소냐’를 그려낼 예정이다.
심은경 첫 연극 도전, ‘반야 아재’
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키네마 준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심은경 역시 차기 행보로 『바냐 아저씨』를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작품 ‘반야 아재’(조광화 번안, 연출)를 통해 첫 연극 도전에 나섰다. 심은경은 이번 작품에서 ‘쏘냐’를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서은희(쏘냐)’ 역을 맡았다. 서은희는 ‘박이보(바냐)’의 조카로 순박하고 성실하게 삶을 일궈가지만, 가슴 아픈 짝사랑과 외모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삶을 묵묵히 일궈간다.
데뷔 후 처음으로 국내 연극 무대에 서는 심은경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관객분들의 숨결을 직접 느끼며 호흡할 수 있게 되어 설레고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반야 아재’는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며, 심은경과 ‘박이보’ 역의 조성하를 비롯해 손숙, 남명렬, 기주봉, 정경순 등 연극계 거장들이 참여 소식을 알렸다.
[‘허무와 희망’, 동시대의 두 무대가 말하는 『바냐 아저씨』]
오랫동안 영지를 관리하며 살아온 바냐와 조카 소냐. 그들은 학문에 몰두하는 은퇴한 교수이자 소냐의 아버지 세레브랴코프를 존경하며 그의 삶을 뒷받침해왔지만, 나이가 들어 병약해진 교수는 젊은 새 아내 옐레나와 영지로 돌아온다. 교수는 바냐에게 영지를 팔아 돈을 마련해 도시에서 편히 살겠다고 선언하고, 바냐는 자신이 헛된 삶을 살아왔다고 절망하며 분노한다. 그는 교수에게 총을 겨누지만 실패하고, 결국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오랜 희생 끝에 자신의 삶이 헛되었다는 절망감을 느끼는 바냐, 옐레나를 향한 바냐와 아스트로프의 사랑, 그리고 소냐의 짝사랑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다. 19세기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현대와도 맞닿는 면이 있다. 현실의 일상과 미래의 희망 사이에서 고통받고 결국 현재에 적응하는 인간상, 충족되지 않는 현대 사회의 모든 관계가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하고, 교통을 견디며, 죽음 뒤에 안식을 얻을 것’이라는 소냐의 마지막 말은 현대인에게 울림을 준다. 삶의 부조리와 인간의 운명을 애잔하면서도 경쾌한 희극으로 풀어낸 19세기 작품이 오늘날 동시대에 다양한 형태, 해석을 거쳐 선보이고 있다.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현실적인 모습과 고전의 영속성이 무대 위에 펼쳐질 예정이다.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이 선택한 작품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명작…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한 세대의 영혼을 흔든 문학적 선언(-「뉴욕 타임스」, 1989)”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명작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가 오는 7월 한국 초연 소식을 알렸다. 이번 공연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쥐었던 톰 슐만(Tom Schulman)의 원작 극본을 바탕으로 하는 단 하나의 오리지널 정식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스크린 속의 고전적 감동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할 예정이다. 이번 초연엔 작품의 상징적인 인물 ‘존 찰스 키팅’ 역의 배우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을 필두로 열정 가득한 소년들이 합류한 전체 캐스팅 라인업을 공개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한 마스터피스다. 진정한 교육의 가치와 삶의 태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향한 용기를, 성인들에겐 잊고 지낸 열정을 되찾아주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런 보편적 메시지를 통해 극은 평론가 로저 에버트로부터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참된 스승에 대한 갈망을 채워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바. 특히 원작자 톰 슐만이 집필한 연극 대본을 사용해 영화의 서사적 완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연극만이 가진 현장감과 밀도 높은 호흡을 극대화했다.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 주는 울림을 무대 위에서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 속에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정답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진정한 캡틴 ‘존 찰스 키팅’ 역으로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이 출연한다. 차인표는 자신의 연기 인생 최초로 정식 연극 무대 도전으로,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며 빠르게 화제가 되었다. 그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관객을 만나온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으로 학생들의 영혼을 깨우는 키팅의 면모를 진중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뮤지컬과 연극, 매체를 넘나드는 ‘믿고 보는 배우’ 오만석은 탄탄한 연기력과 독보적인 무대 장악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 경신에 나선다. 그는 학생들과 깊이 교감하며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캡틴’의 에너지를 가감 없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연정훈 역시 이번 작품으로 첫 연극 도전에 나선다. 그는 자유롭고 따뜻한 키팅의 인간적인 매력을 그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오는 7월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원작의 깊이 있는 감동과 무대만의 생동감을 완벽하게 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베니스의 상인’
배우 신구·박근형 필두로 이승주, 카이, 이상윤, 최수영 등 눈길
셰익스피어 희극의 정수이자 치열한 법정극 ‘베니스의 상인’이 오는 7월 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라온다. 극은 개막을 앞두고 화려한 캐스팅을 공개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민 배우이자 거장 신구와 박근형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다시 한 무대에 서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에 배우 박근형이 전 회차 단독 원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방대한 대사량과 강도 높은 연기를 바탕으로, 거장의 파격적인 해석이 어떤 샤일록으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베니스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공작’ 역에는 신구가 출연한다. 치열한 법정 공방의 중심에서 극의 균형을 잡는 인물로,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과 깊이 있는 발성으로 극 전개의 긴장감을 강화한다.
베니스의 상인이자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건 ‘안토니오’ 역에는 연극 ‘헤다 가블러’, ‘햄릿’, ‘벚꽃 동산’ 등 다수의 고전 연극에서 날카롭고 섬세한 연기로 관객을 압도해 온 배우 이승주와 연극 ‘라스트 세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카이가 더블 캐스팅되어 고독과 우정을 깊이 있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혜와 재치로 법정의 흐름을 뒤바꾸는 ‘포셔’ 역에는 최수영과 원진아가 이름을 올렸다. 영화 ‘걸캅스’, ‘감쪽같은 그녀’, ‘새해전야’ 등에서 주연을 맡은 데 이어 연극 ‘와이프’를 통해 연기 실력을 입증한 최수영은, 이번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당당하고 영리한 ‘포셔’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사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바사니오’ 역에는 연극 ‘라스트 세션’, ‘세일즈맨의 죽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을 통해 무대 위에서 꾸준히 관객과의 호흡을 쌓아온 이상윤이 원캐스트로 출연하며 지적인 이미지와 집중력 있는 연기로 인물의 선택과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외에도 사랑을 선택해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제시카’ 역에는 매 무대 탁월한 연기력으로 사랑과 깊은 신뢰를 받아온 김슬기와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아영이 더블 캐스팅되어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이번 연극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바탕으로 법과 자비·복수와 선택의 충돌을 중심에 두는 고전의 구조를 유지하되, 인물 간의 감정과 대립을 선명하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오경택 연출 특유의 리듬감 있는 언어와 밀도 높은 법정 장면을 중심으로 희극으로 시작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끝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1930년대 신파의 모던한 재탄생
박하선·예지원·최하윤이 선보인 3인3색 ‘홍도’
1930년대 대표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현대적인 감각과 절제된 미장센으로 재탄생시킨 수작 연극 ‘홍도’가 지난 서울 공연 22회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5월부터 6월까지 전국 7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연극 ‘홍도’는 10년 만에 귀환을 알림과 동시에, 신구 조화가 빛나는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화제가 되었다.
연극 ‘홍도’는 오빠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기생이 된 ‘홍도’와 명문가 자제 ‘광호’의 비극적인 사랑, 그리고 희생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고선웅 연출 특유의 위트와 리듬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타이틀 롤인 ‘홍도’ 역에는 박하선, 예지원, 최하윤이 나란히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의 3인 3색 무대를 선보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박하선이 새로운 ‘홍도’를 맡아 굴곡진 운명 속에서도 순정을 잃지 않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했다. 초연 당시 애절한 순정 연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오리지널 홍도’ 예지원 역시 다시금 참여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포쉬’ 등에 출연하며 대세 실력파로 떠오른 배우 최하윤이 ‘홍도’ 역에 함께 캐스팅되어 극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 밖에도 극의 무게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줄 ‘광호 아버지’ 역에는 관록의 배우 정보석이 새롭게 합류해 압도적인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홍도’에 도전하기에 앞서 박하선은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홍도의 삶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고, 예지원은 “다시 한번 홍도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한층 더 성숙해진 무대를 보여드릴 것”이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연극 ‘홍도’는 5월부터 6월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구 수성아트피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포항문화예술회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부산시민회관, 안성맞춤아트홀 등 전국 7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의 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글 매경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각 제작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9호(26.05.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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