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를 걱정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지만, 솔직히 좀 암울한 기분임. 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지금 시점에서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처럼 LLM을 활용해서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음. 문제는, 나는 그런 복잡한 버그를 해결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야! 아직 그 시점에 도달한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이미 정해져 있어. 어떤 역할을 이 작업에서 도려내고 나면, 남는 건 서로 거의 닿지 않는 두 덩어리야. 나도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고, 솔직히 말하면 그런 세상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2]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지: “이런 사이버 배관 역할은 머지않아 사라질 거야.” 좋은(…그런가?) 소식은, 이런 역할조차도 조만간 AI에게 넘겨질 거라는 점이야.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겠어. 사족이지만,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표현은 어딘가 좀 거슬리긴 함. 이 방식의 장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함. 솔직히 말해, 나는 ‘화살표 연결하기’가 내 전문 역량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음. 좀 더 일반적인 이야기로, 화면 속 지능에 비해 로보틱스의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아마 그런 식은 아닐 거야
어제 o3가 출시됐고, 벌써 복잡한 버그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
예전 같았으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문제였는데, 훨씬 덜 헤매고 해결했지.
겉보기엔 좋은 일이지. 근데 뭐가 문제냐고?
그건 퍼즐 같고, 파고들다 보면 평소에 잘 안 보이던 컴퓨터의 부분들을 배우게 돼.
리팩터링도 마찬가지야—잘 하고 있을 땐 내 시스템의 형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걸 구조로 정제해 나가는 과정이거든.
그런 문제들을 푸는 건 뇌가 간질간질할 정도로 즐거운 자극이야.
내 일이 가장 보람 있는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건 확실해.
아주 보수적으로 봐도, 10년 안에 대부분의 '구체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사고하는' 일은 컴퓨터가 나보다 더 잘하게 될 거야.
배를 조종하는 사람, 그리고 배관을 잇는 사람 (은유가 뒤섞여 있는 건 양해 부탁).
AI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외 없이 전자가 될 생각에 들떠 있더라.
“바이브 코딩”[1] 이라는 개념의 약속은 이래—작업의 최상단 레이어, 그러니까 감각, 아이디어, 디자인, 철학 같은 것만 신경 쓰면 되고, 나머지는 머신이 알아서 해준다는 거지.
그렇게 되면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야.
근데 내 경험상, 그건 복잡한 현실의 절반 정도만 담긴 이야기야.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떤 에이전트를 도구들과 함께 쓰고 있어도, 시스템이 보지 못하는 문제는 결국 사람이 본다.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해보자. Claude Code가 내 지시에 따라 스타일을 짜줬어.
근데 이게 실제 브라우저에서 어떻게 보일지 확인하는 건 결국 나야.
그리고 당연하게도, 뭔가 이상해. 왜냐면 CSS라는 게 원래 그렇거든.
그리고 내가 그 스타일을 직접 짠 게 아니라서 낯설다 보니, 가장 쉬운 해결책은 다시 Claude에게 가져가서 굴려보는 것뿐이야.
다시 요청하고, 다시 수정하고. 버그 리포트를 쓰는 일은 버그를 고치는 일보다 훨씬 재미없고,
결국 난 Claude가 내 컴퓨터를 둘러보는 데 필요한 “눈” 역할만 하게 돼.
맞아, 최전선의 연구소들은 지금도 전체 컴퓨터 조작이 가능한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니까.
걔들이 브라우저 탭을 열고 화면을 확인하는 것쯤은 나만큼 잘 하게 될 거야.
근데 아직까진 AI의 공간 추론 능력이 형편없어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약간의 안전지대(moat)[3]가 있는 느낌이야.
그렇다 해도, 배관 작업은 한동안 남아있을 거야.
예를 들어, 로그를 한 플랫폼에서 다른 쪽으로 파이프라인 구성하거나,
스토리지 버킷의 접근 정책을 설정해서 에이전트가 제대로 파일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일.
이런 작업은 내 직업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솔직히 말해 별로 좋아하진 않아.
차라리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싶지, n번째 클라우드 서비스의 2FA 코드를 찾아다니고 싶진 않거든.
근데 앞으로는 이 시간조차도 “풀 같은 일”과 비교되면서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거야.
그 시점이 오면, 나는 AI와 현실 세계[4] 사이를 잇는 연결 고리 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아.
당분간은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한다면, 점퍼 와이어를 브레드보드에 연결하거나 안테나를 만지는 건 아직 내가 할 일이겠지.
나는 이런 손작업을 좋아해, 근데 컴퓨터가 전체 게임 플랜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건 좀 재미가 덜할 거야.
운이 좋으면 나는 배의 “아이디어 선장”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배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AI한테 물어봐야 하는 선장이라면, 그 역할도 오래 못 갈 거야.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배의 선장이 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존재론적인 위험은 일단 제쳐두고 보더라도, 많은 직업이 사라질 거라는 건 분명해 보여.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우리가 지금은 상상도 못할 새로운 직업들을 만들고,
그걸 통해 사람들은 전에 없이 자아실현을 하게 될 거라는 거야.
하지만 슈퍼지능이 상품처럼 보급된 세상에서,
그 새로운 직업들이 결국은 **‘풀처럼 연결만 하는 일’**로 보일까 봐, 난 그게 걱정이야.
하지만 이미 위키백과 문서까지 있는 걸 보면, 이제는 그냥 업계 용어인 모양.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 정말 많음.
당분간은 인간의 ‘육체를 가진 존재성’이 기계에 대한 주요 이점으로 남을 것 같아.
말 그대로의 배관공(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일은 앞에서 말한 ‘디지털 배관’보다 오히려 버그 수정에 더 가까울 것 같지만)은
여전히 한동안은 괜찮을 거고, 다른 기술직 종사자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어떤 직업은 ‘접착제 역할’이 되더라도, 내가 묘사한 것처럼 꼭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도 있음.
예를 들어, 변호사는 판결문의 주 저자가 아니라 배심원에게 전달하는 역할로 변할 수도 있고,
의사는 진단 능력보다는 환자와의 태도나 공감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음.
(창작 활동에 대해서는 여기서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아마 가장 큰 혜택과 가장 큰 고통을 동시에 겪게 될 분야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