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세계 에너지 대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초반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져서다.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숫자 싸움으로 가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다.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주도의 스타게이트는 2030년까지 5000억달러(약 680조원)를 투입해 미국 내 10개 이상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필요한 연산력을 확보하겠다는 프로젝트다. 문제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전력량이다. 현지 테크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도 3100만 명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텍사스주 전체 전력 수요에 맞먹는 전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첨예한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은 ‘국가 AI 인프라 전략’에 따라 2027년까지 데이터센터 연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중국 전체 전기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내년 6%를 넘길 전망이다. 홍콩의 싱크탱크 차이나워터리스크는 중국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물의 양은 2030년 30억㎥를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에선 대선을 앞두고 수백조 단위의 AI 관련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첫 공약으로 AI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는 ‘AI 인프라 구축 200조원 투자’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에너지 공급 방안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