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 돌아온 지드래곤… 최선 다했지만 최고는 '글쎄' [리뷰]

2 days ago 5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지드래곤에게도, 팬들에게도 아쉬움 가득한 공연이었다. 8년 만에 무대에 오른 지드래곤은 기상악화 여파로 보여 주고픈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관객들도 체감온도 영하 5도 속 73분이나 지연된 공연으로 인해 몸 고생을 제대로 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지드래곤은 최선을 다했지만 최고의 무대라는 말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지드래곤은 29~3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멘쉬]’(G-DRAGON 2025 WORLD TOUR [Ubermensch]) 공연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지드래곤이 2017년 이후 약 8년 만에 개최하는 솔로 콘서트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틀간 6만 관객을 동원했다. 앞서 정규 3집 ‘위버멘쉬’ 타이틀곡 ‘투 배드’를 비롯해 ‘홈 스위트 홈’, ‘파워’ 등으로 음원차트를 뒤흔들며 왕의 귀환을 알린 만큼, 이번 공연 또한 수많은 팬이 ‘공연 강자’ 지드래곤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체감온도 영하 5도에 73분 지연… 관객 ‘덜덜’

첫날 공연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주최 측은 기상 악화로 인해 오후 6시 30분에서 오후 7시로 한 차례 공연 시작을 지연했다. 당시 공연장 기온은 영상 2도로, 거센 바람이 불면서 체감 온도는 영하 5도를 기록했다. 관객들은 지드래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옷깃을 세우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기다렸지만, 43분 늦은 오후 7시 43분께 인트로 영상을 틀면서 공연을 시작했다.

지연 이유는 기상악화다. 주최 측은 “현장 기상악화(돌풍)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한차례 지연됐던 가운데, 그 연장선의 이유로 공연이 40여 분 더 지연되게 됐다”고 지연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하지만 현장에선 지연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지드래곤의 신곡 뮤직비디오 3편을 연이어 틀고, 쿠팡플레이 콘텐츠 홍보 영상을 반복적으로 띄우면서 관객들을 희망고문했다. 일부 관객들은 지드래곤이 등장하지 않은 채 영상만 틀어대자 아쉬운 마음을 담아 탄식을 하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지연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현장 관객들은 이유도 모른 채 43분을 추위 속에서 벌벌 떨어야 했다.

강추위는 일주일 전부터 예고됐던 터라 관객들을 향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VIP 일부 구역에는 방한용 방석이 비치됐으나, 일반석에는 전혀 마련되지 않아 관객을 대하는 배려가 아쉬웠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처참한 라이브… 콧물 흘리고 다리 풀리기까지

1차 지연에 이어 2차 지연까지 73분이 흐른 뒤에 지드래곤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8년 만의 무대인 만큼 관객들은 열띤 환호로 지드래곤의 등장을 반겼다.

하지만 기대했던 지드래곤의 모습이 아니었다. 음원 속 간지 나고 매력적인 지드래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거친 목소리를 내지르는 듯한 날것의 보컬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파워’ 무대에선 지드래곤의 파워가 느껴지긴 했으나 음원 속 매력적인 보컬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이어진 ‘홈 스위트 홈’ 무대에선 AR에 깔린 음원 속 목소리와 대비를 이루면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2곡을 소화한 뒤 지드래곤은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두 차례 공연을 지연한 것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를 건넨 지드래곤은 “내가 부끄러움이 많아 환호성을 많이 안 들려주면 삐져서 돌아갈 거다. 알아서 서로 노력하자”고 말하며 무대를 이어갔다. 체감온도 영하 5도에서 지드래곤을 기다려준 관객들을 향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했던 순간이었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원 오브 더 카인드’, ‘R.O.D’ 무대에선 지드래곤의 괴성만 가득했다. 노래를 한다기보단 코인 노래방에서 소리를 내지른다는 표현이 맞는 듯했다. 지드래곤이 CD를 삼킨 듯한 폭발적인 라이브를 선보이는 가수는 아니지만, 본인 곡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줘 관객들을 당혹케 했다.

빨간색 의상을 입고 화염을 끝도 없이 뿜어내는 무대 연출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전국을 강타한 산불로 전 국민의 근심이 상당한데, 빨간색 의상은 그렇더라도 화염 효과를 과하게 사용한 것은 현 시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지드래곤도 공연 중후반부에 “안타까운 일도 있고, 상황이 이래저래 시끄러운 가운데 가수로서 무대에 섰다”고 말했던 터라, 배려심 없는 연출과 구성이 깊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짧은 숏팬츠를 입은 댄서들의 의상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강추위 속 짧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 댄서들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졌고, 그런 가운데 대형 스크린에선 댄서들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해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스웨그 넘친 지드래곤… 빅뱅 20주년 언급도

그럼에도 지드래곤은 지드래곤이었다. 공연 구성과 셋리스트는 훌륭했다. 과거의 지드래곤, 현재의 지드래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선곡들이었다. 신기술을 활용한 무대 연출, ‘위버멘쉬’를 직관적으로 보여준 상징물 등은 엄지척이 절로 나왔다. 지드래곤의 팬들에겐 옛 향수를, 지드래곤을 처음 본 관객들에겐 보자마자 입덕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뿜어냈다.

깜짝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2NE1 씨엘(CL)은 압도적인 성량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지드래곤과 씨엘은 ‘R.O.D.’와 ‘더 리더스’ 두 곡을 열창하며 관객들의 흥을 북돋았다. 과거 YG를 대표하던 빅뱅과 2NE1 두 리더의 무대인 만큼 ‘더 리더스’ 무대에선 두 사람의 시너지가 대단했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히트곡 무대도 쏟아졌다. 밴드 버전으로 편곡한 ‘크레용’, 눈 감고 읊조리듯 노래한 ‘그XX’, 떼창이 절로 나온 ‘삐딱하게’와 ‘하트 브레이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곡의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지드래곤은 추위에 지쳤는지 노래를 부르다가 멈추기도 하고, 콧물을 연신 닦으면서 무대를 힘겹게 이어갔다. 특히 공연 말미에는 춤을 추던 중 다리에 힘이 풀리기도. 지드래곤에게도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던 셈이다. 특히 암 크레인을 사용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무대 등을 보여주지 못해 지드래곤도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결국 공연은 오후 10시가 훌쩍 지나서 마무리됐다. 지드래곤은 공연 말미 “오랜만에 하는 콘서트였는데, (늦게 시작하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투어를 시작하게 된 만큼 끝까지 잘하든 못하든 지켜봐 주시고, 못하면 눈치도 주고, 잘하면 좋아요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드래곤은 20주년을 앞둔 빅뱅은 언급하면서 “스무 살이 되면 성인식을 해야 하지 않냐. 아주 섹시하게 가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섹시한 성인식을 징그럽지만 구상 중”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공연이 끝난 뒤 관람객들의 결여된 시민의식과 비매너가 깊은 아쉬움을 남게 했다.

공연장 바닥 곳곳에 버려진 굿즈 박스들과 비닐 등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됐다. 공연장 입구에도 관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잔뜩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직접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지드래곤은 오는 5월 10~11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필리핀 불라칸, 오사카, 마카오, 대만,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홍콩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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