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1실점' 해도 노디시전, '외로운 외인 투수'는 개의치 않는다 "힘 합쳐 어려움 이겨내겠다" [인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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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케니 로젠버그가 26일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1선발임에도 승보다 패가 많았던 케니 로젠버그(30·키움 히어로즈)가 드디어 웃었다. 완벽한 투구로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로젠버그는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5구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0-1로 끌려가던 상황에 투구를 마쳐 승리는 챙기지 못했으나 팀이 8회초 동점, 연장 10회초 역전을 이뤄내며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명품 투구였다.

올 시즌을 앞둔 키움의 외국인 선수 구성 전략은 타선 강화였다. 그렇기에 로젠버그에게 거는 기대가 더 컸다. 에이스의 무게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개막전 3이닝 8실점하며 흔들렸던 로젠버그는 이후 5차례 등판해 2승을 거뒀는데 승리를 챙긴 두 경기의 기록은 7이닝 9탈삼진 2실점, 8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지 못하면 승리를 기대하는 게 쉽지 않은 팀 상황이었다.


SSG전 역투를 펼치는 로젠버그.

팀 승률이 3할 초반대로 내려앉은 상황. 유일한 외국인 투수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은 "이전 경기도 그렇고 지금 투구 내용은 큰 사이클이 있는 게 아니고 계속 5이닝까지는 소화해 주고 있다"면서도 "다만 1선발로서 긴 이닝을 더 책임을 져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최대한 긴 이닝을 확실히 막아주면 타선들도 거기에 맞게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닝이터로서 면모를 보여달라는 요구를 했다.

1회말 첫 타자 정준재에게 안타를 맞고 도루를 허용한 로젠버그는 김성현의 우익수 뜬공과 2루수 땅볼로 선취점을 내줬다. 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였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2회부터 7회까지 큰 위기 없이 완벽한 투구로 SSG 타선을 잠재웠음에도 상대 에이스 드류 앤더슨에게 타선이 5회 2사까지 노히트로 꽁꽁 틀어 막힐 정도로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7회까지 버티고도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8회부터 박윤성에게 공을 넘겼다.

사령탑의 바람대로 로젠버그가 긴 이닝을 소화하자 키움에도 기회가 왔다. 8회초 오선진의 2루타와 송성문의 적시타로 1-1 동점이 됐고 연장 10회초에서 김태진의 볼넷 이후 폭투와 오선진의 결승타로 2-1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로젠버그의 7이닝 호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승리였다. 최고 146㎞ 직구를 절반에 가까운 50구 뿌렸고 126㎞~134㎞ 슬라이더를 23구, 122㎞~130㎞ 체인지업을 26구, 117㎞~127㎞ 커브를 6구 섞었다. 커브를 제외한 세 구종을 모두 결정구로 활용했다. 직구로 3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2개씩 삼진을 잡아냈다.

로젠버그가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7경기 41이닝을 소화하면서도 2승 3패에 머물렀지만 평균자책점(ERA)은 3.37으로 낮췄다. 피안타율 0.234, WHIP(이닝당 출루허용) 1.20도, 이닝보다 많은 탈삼진(49개)도 모두 1선발로서 위용을 갖춰가고 있다. 이닝은 리그 2위, 탈삼진은 4위로 올라섰다.

홍원기 감독도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 "선발 로젠버그가 7이닝 동안 완벽한 투구를 펼쳐줬다"며 칭찬을 건넸다.

개인 승수를 쌓지는 못했지만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다 해냈다는 것에 만족하는 로젠버그다. "팀이 연패 중이기 때문에 승리가 절실했다. 오늘 좋은 피칭을 했고 팀 승리에 일조해 기쁘다"며 "긴 이닝 동안 효율적으로 피칭한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경기 초반 좋았던 공 위주로 던졌는데 전체적으로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1선발의 책임감은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1선발로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나뿐 아니라 하영민, 김윤하 선수 역시 책임감을 갖고 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제야 10승에 도달했고 탈꼴찌, 나아가 더 높은 목표를 위해선 갈 길이 멀다. 마운드 위에서뿐 아니라 긍정 에너지로 팀원들을 독려하려고 애쓰는 로젠버그다. 그는 "우리 팀 투수들 모두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료 선수들과 힘을 합쳐 지금 어려운 시기를 이겨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로젠버그(가운데)가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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