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류 시장 지형도가 유례없이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히 술을 덜 마시는 것을 넘어 세대 간 음주 문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4년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어느새 60대보다도 술을 멀리하는 세대가 됐다.
기성세대는 ‘우리’라는 집단적 유대와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술잔을 부딪쳤다. 그러나 각자도생 시대를 사는 MZ세대는 더 이상 ‘취기’로 자신의 관계나 실력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회식과 대면 모임의 관성을 끊어낸 이들에게 술은 이제 필수재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지로 밀려났다. 여기에 밤 11시에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 현관 앞에 도착하는 밀키트와 레토르트 식품은 식당에 앉아 술을 주문해야 할 이유를 지워버렸다. 1인 가구들은 ‘술 마실 돈’을 미래를 위한 투자금이나 인공지능(AI) 구독료에 쓴다. 고민 상담조차 AI와 나누며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취기’는 불필요한 사치일 뿐이다.
주류 시장 불황에도 젊은 층이 지갑을 여는 술이 있다. 사케는 지난해 수입액 3117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는 화이트와인이 점유하던 ‘맑고 산뜻한 미감’의 포지셔닝을 사케가 영리하게 흡수한 결과다. 해산물 위주 식단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도 와인과 위스키가 따라잡을 수 없는 ‘프리미엄 가성비’가 MZ세대 마음을 움직였다. 수중의 5만원으로 위스키를 고른다면 입문급에 그치지만 사케에선 하이엔드급 품질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사케 열풍은 한 병에 담긴 장인의 철학이라는 ‘서사’를 소유하려는 욕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이야기가 담긴 술 한 잔은 더 팔리기 마련이다. 무작정 취하기 위한 술 소비는 줄어들겠지만 내 삶의 취향을 대변할 수 있는 ‘똘똘한 한 병’을 향한 갈망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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