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박수근미술상 손기환 작가
실향민 부친… DMZ서 군 복무…
6·25-민주화운동 삶의 화두로
목판화-팝아트 등 대중친화 실험
“분단미술 끝까지 붙잡고 있을 것”
“45년 작가 인생에서 제대로 주목받아 본 건 처음입니다. 주변에선 ‘아직도 똑같은 거 그리고 있냐. 캔버스가 아깝다’고도 했죠. 하지만 분단이 남긴 상흔을 자꾸만 이야기하는 것, 그건 내 존재 방식이에요. 그간의 고생을 박수근 선생에게 위로받는 기분입니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2014년 제정돼 2016년 제1회 수상 작가를 배출했다.
손 작가는 목판화와 만화, 네오팝 등 대중 친화적인 형식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한반도 분단과 전쟁, 일상 속 권력 등에 관한 묵직한 사유를 제시해 왔다. 심사위원장인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동시대적인 화법(畫法)을 통해 근현대사의 균열과 아픔을 여러 각도로 탐색하는 손 작가의 작품 세계는 박수근이 보여준 서민적 삶에 대한 공감과 소박한 현실미를 계승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8일 경기 안성 시내에서 차로 10km쯤 더 들어간 한갓진 마을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손 작가는 ‘멍울이 느껴지는’ 소회를 밝혔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평소 즐겨 쓰는 원색의 물감통과 세월이 담긴 수집품들 가운데 마주 앉은 그는 “아직도 수상 사실에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어 “1985년 공수부대원의 훈련 장면을 그린 ‘타타타타!!’가 경찰에 압수돼 뉴스에 난 뒤로 세간의 관심은 처음”이라며 “보람과 부담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손 작가는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의 흐름 속에서 예술 인생을 시작했다. 홍익대 서양화과에 재학 중이던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동시대 정치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팝아트 그림과 목판화를 다수 발표했다. “일상적 풍경 이면의 구조적 문제, 정치적 함의를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내는 손기환의 작업은 박수근의 현실 인식 방식과 상응한다”는 심사평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림의 소재는 한길을 걸었지만, 형식적 실험은 끊이지 않았다. 딱지본 표지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사진, 선전물 등을 폭넓게 참고하며 수십 년간 회화 형식을 발전시키는 데 몰두했다. 작업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고전 애니메이션 레이저디스크(LD)와 눈길 닿는 구석구석 붙여둔 판촉물, 포스터 등 자료는 자기 혁신적 변주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도는 만화적 연출이다. 손 작가의 그림에는 마블 코믹스의 ‘캡틴 아메리카’처럼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컷 분할이나 압축적 장면이 적극 활용돼 시선을 잡아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관람객에게 더 가까워질지 고민한 결과”라며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저금통을 털어 읽었을 만큼 만화책을 좋아했던 영향도 크다”고 했다.
최근엔 안성 작업실과 전남 해남군의 작가 레지던시를 오가며 신작을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에서 일생의 화두는 재차 부풀고 있다. 그는 “한반도 최남단이라는 장소성과 분단의 문제를 연결 지어 보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적인 형식’에 대한 고민도 크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발전은 ‘그림은 반드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손 작가의 신념에 균열을 냈다.
고심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은 내년 5월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리는 수상작가전에서 선보여질 예정이다. 제11회 박수근미술상은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성호 성신여대 초빙교수)가 추천위원 7명을 위촉했고, 추천위원이 후보 7명을 선정한 뒤 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운영위원회는 김성호 위원장을 비롯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 김주원 한빛교육문화재단 이사,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박진흥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 변종필 서귀포공립미술관장 등이 맡았다.올해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은 28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야외공원에서 열린다.
안성=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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