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만불' 유방 축소술…소비자 보호법으로 돈 번 美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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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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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의료비 청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 때문에 되레 의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료 비용이 증가하면서 보험료가 인상되고, 결국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노 서프라이즈 법’(No Surprises Act)은 의료비 부담을 더욱 높이고 있다.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노먼 로우 박사는 유방 축소 수술 비용으로 통상 1만5000~2만5000달러(약 2215만~3692만원)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그의 병원은 이 시술로 최대 44만달러(약 6억5000만원)를 벌기도 했다.

수술 비용이 크게 오른 것은 2020년 의회 문턱을 넘은 소비자 보호법 영향으로 풀이된다. 환자가 자신의 보험사와 계약하지 않은 의사에게 치료받은 뒤 ‘뜻밖의 고액 의료비’를 청구받는 것을 없애기 위해 탄생했다. 이들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정부 승인 중재자를 사이에 두고 보험사와 직접 합의하도록 한다. 의사가 승소하면 원하는 비용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

환자의 ‘청구서 충격’을 막는 것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이 문제다. NYT에 따르면 의사들은 작년 상반기에만 120만건의 중재를 요구했으며, 이 중 88%를 승소했다. 법이 통과될 당시 정부는 연간 약 1만7000건의 중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재자들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건당 425~1150달러(약 63만~ 170만원)를 받는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수수료는 총 8억8500달러(1조3071억원)에 달했다. 이들 중재자는 의사와 보험사가 각각 제시한 치료 비용과 책정 근거를 바탕으로 적정 의료 비용을 결정한다. 이에 대해 의사나 보험사는 항소할 수 없다. 법원 문서와 NYT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중재자들은 일반적인 의료 절차에 대해 의사들이 제출한 ‘높은 가격’을 반복적으로 승인해왔다.

이례적인 의료비 상승이 포착되고 있다. 한 중재자는 뇌 혈류를 측정하는 진단 절차에 33만3000달러(4억9184만원)를 책정한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건강보험사가 제시한 표준 지급액은 2660달러(393만원)였다. 뉴저지의 한 마취과 의사는 엑스레이 유도 스테로이드 주사에 대해 작년에 1만4560달러(2151만원)를 받았다. 다만, 이 수익이 모두 의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페이닥터’(급여를 받는 의사)는 청구 과정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건강보험은 올해 보험료를 인상했다. 뉴욕에서 노동자 약 2만명이 가입한 ‘유나이티드 서비스 워커스 건강보험’은 중재 보상금과 수수료를 상쇄하기 위해 보험료를 추가로 1.75%포인트 인상했다. 카렌 이그나니 엠블럼헬스 회장은 “이건 의료비 상상을 초래하는 공식”이라며 “지난 3월 로우 박사의 중재 활용에 대해 사기 소송을 제기했다”고 NYT에 밝혔다.

2023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제도 개편을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시행하지 않았다. 의회에서도 보험사의 지연 지급 벌금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만 추가 발의됐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법원은 중재 판정을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사들이 이기는 것은 보험사가 합리적인 제안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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