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양자컴… 美, 中유입 원천차단

1 week ago 6

첨단기술 수출통제 강화
기존 제재에 24개 품목 추가
삼성전자 등 한국 타격작을듯
ASML 구형장비도 수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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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으려는 미국이 추가 제재 카드를 꺼냈다.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핀셋 제재'로 우회로까지 막겠다는 심산이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5일(현지시간) "양자와 기타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를 함께 맞추면 적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도입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상당히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기존 제재에 24개 품목을 추가한 이번 조치가 중국 등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새로 지정한 수출통제 조치안에 따르면 미국과 동일한 통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수출통제 시행국(IEC)'으로 인정돼 추가된 통제 품목을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게 하는 예외 조항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통제 대상에는 삼성전자가 첨단 미세 공정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한국 기업들의 활동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BIS는 이번에 지정한 수출통제 품목과 관련해 그룹 A:1, A:5, A:6에 속한 국가에 수출하는 경우 '승인 추정 원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하면 발급해주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A:1, A:5 그룹에 속해 있다.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통제 조치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GAA 기술을 통제한다는 의미이지, GAA 공정으로 양산한 차세대 반도체까지 규제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GAA 공정을 돌릴 수 있기에 기술 수출통제만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격차를 좁히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선 GAA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면서 TSMC와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의 통제 조치가 이어지면 추격자 입장에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간 기술전쟁이 격화되고 한국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익 극대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교섭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 기술 압박이 거세는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수출을 직접 통제할 예정이라고 6일 발표했다고 현지 매체 BNR이 전했다.

미국 정부 방침과 관련해 중국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중국은 미국이 경제·무역·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무기화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덕식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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