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교총 역사상 첫 30대 회장
“학생인권조례로 교권 추락 시작
AI 교과서 활용 자율권 보장해야”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잘했다고 말하는 교사를 한 번도 못 만났습니다. ‘교원 보호 119팀’을 만들어 교총을 현장 중심으로 확 바꾸겠습니다.”11일 교총 제40대 회장으로 당선된 강주호 경남 진주동중 교사(38·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의 당선은 새 인물이 교총을 새롭게 이끌어 가라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10일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50.66%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 교총의 77년 역사에서 최연소 회장이며 첫 30대 회장이다.
이날 3년의 임기를 시작한 그는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교총에 실망한 교사가 떠나면서 회원 수도 많이 줄고 있다”며 먼저 반성문을 썼다. 또 “현장 교사와 소통하면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교원 보호 119팀을 만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올해 6월 제39대 회장으로 당선된 박정현 전 회장이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취임 일주일 만에 사퇴해 치러졌다. 강 신임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교총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걸 안다. 분명히 변화하고 새롭게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그는 학생인권조례를 두고선 “교권에 금이 가게 한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조화롭게 가야 하는데 한쪽만 너무 부각되며 악용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또 “학생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의무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진보 교육감 중심으로 2010년대 초반 전국 곳곳에서 도입됐다가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각 지역에서 폐지 움직임이 일었다.
내년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선 “교사에게 추가 업무 부담이 있어선 안 되며 교사와 학교가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강하게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교원단체 내부에선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변화를 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선출된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도 39세다. 강 신임 회장은 “전교조 및 교사노조연맹과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강 신임 회장은 목원대, 경상국립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2014년부터 경남 진주동중에서 근무 중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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