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시한부’에서 26년의 기적으로…“번뇌가 크면 깨달음도 크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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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종교·학술 ‘2개월 시한부’에서 26년의 기적으로…“번뇌가 크면 깨달음도 크다” [쉼표] 일면스님. [민족사] “지금은 덤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0년 1월 간 이식을 받은 후, 20년이 넘는 동안 축구로 치면 연장전을 하는 셈입니다. 앞으로 연장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까지 생명나눔을 통해 단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는데 제 남은 삶을 바치겠습니다.”2021년 조계종 포교대상 종정상을 받은 일면 스님의 말이다.간경화 말기로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그는 청년의 뇌사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수술 전엔 몰랐다.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54세에 마침표를 찍을 뻔했던 삶은 26년이 지나 올해 팔순을 맞았다. 최근 출간한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민족사)는 지나온 삶을 담담한 필치로 전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빈농의 아들, 열두 살에 출가하다1947년 경주 탑동에서 태어난 스님은 3남 3녀 중 넷째였다.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재는 식구들에게 가난을 숙명처럼 안겨주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59년 태풍 ‘사라’는 그나마 남아있던 집마저 무너뜨렸고, 빠듯해진 살림에 하루 세끼조차 챙기기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학교에서는 월사금(수업료)을 내지 못해 교실 앞에 나가 벌을 서야 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그러던 어느 날 하교 후 툇마루에 앉아있던 그에게 한 스님이 다가왔다. 마을을 돌며 탁발하던 스님이었다. 나지막이 염불을 마친 스님이 물었다.“얘야, 몇살이냐?”“열두 살입니다.”“얘야, 나 따라갈래?”놀랍게도 그는 생면부지의 스님을 바로 따라가겠다고 답했다.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본능적인 선택이었을까. 아들의 뜻밖의 결정에, 평소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는 옷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끝내 아들을 붙잡지 않았다. 어머니는 “부디 큰스님 되거라”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그렇게 어린 아들을 떠나보냈다.포항과 경주 중간에 자리한 정국사에 도착한 소년은 바로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었다. 6개월 동안 예불드리는 법을 익혔다. 정국사에서 3년을 보낸 뒤 포항 극락사를 거쳐, 소년은 천신만고 끝에 법보종찰 해인사 행자가 했다. 해인사에서 그가 맡은 첫 소임은 대중 스님들의 반찬을 만드는 채공이었다. 김치를 담그고, 나물을 무치고, 장아찌를 삭히는 고단한 일과의 반복이었다. 당시 해인사 대중은 150여명이 있었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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