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카이로 담판’에 주목하는 세계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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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고리 끊을 중대 분수령
이스라엘 정보수장들 카이로 출동
휴전 후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쟁점
美 네타냐후 설득 통했을지도 주목

이스라엘군(IDF) 보병이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이스라엘군(IDF) 보병이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본격적인 휴전 협상이 오는 26일 진행될 전망이다. 관건은 이스라엘이 휴전 타결 시에도 가자지구에 병력을 주둔시키겠다는 요구를 철회할지 여부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고려해 이번에 반드시 휴전이 타결돼야 한다고 보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휴전 협상 중재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 10명을 인용해 “다음 회담은 수일 내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카이로 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란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방문 예정일은 오는 26일이다.

오는 26일 당일이나 직후 카이로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카타르는 휴전 협상 관련 하마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이란은 비밀리에 하마스에 무기와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당하자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하고, 휴전 논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휴전 협상 타결 여부는 이스라엘이 양보를 하는지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로이터가 접촉한 소식통 10명 전원은 이스라엘의 최근 요구에 하마스가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15~16일 카이로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접경지대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넷자림 회랑에 휴전이 타결되더라도 군을 주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14km 규모의 필라델피 회랑 아래 땅굴을 통해 이집트로부터 무기와 연료를 몰래 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넷자림 회랑에 병력을 두려고 하는 이유는 남부로 대피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가자 최대 도시 가자시티 등이 있는 북부로 복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요컨대 하마스 절멸을 위한 조건이다.

하마스는 즉각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마스는 실무진 차원에서 이스라엘이 군 주둔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한 뒤부터 휴전 협상을 전면 거부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마지막 순간에 휴전 조건을 변경했고, 이를 수용할 경우 이후에도 더 많은 이스라엘의 요구가 충족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우방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하마스의 입장도 고려한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다. 로이터는 익명의 외교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다국적군을 6개월 동안만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시키자고 이스라엘에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마스는 다만 이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하마스가 원하는 휴전 형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제시한 이른바 ‘바이든 휴전안’이다. 바이든 휴전안은 세 단계로 구성돼있다. 먼저 6주 동안 완전한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내 인구 밀집지역에서의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 등 적대행위의 영구적인 중단, 가자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이다.

하마스는 바이든 휴전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인정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6월 10일 바이든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가운데 14개국이 찬성하고 러시아가 기권해 가결처리 됐다. 결의를 주도한 미국은 당시 이스라엘이 휴전안에 찬성했다고 밝혔고, 하마스는 결의 직후 환영 메시지를 냈다.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양국의 요구를 절충하는 차원에서 지난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협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휴전이라도 타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마스는 ‘로마 회담’에 앞서 가자 주민들의 북부로의 귀환을 요구했는데, 이스라엘은 회담에서 민간인들만 북부로 다시 이동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었다.

휴가 중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통했을지 주목된다.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고 조만간 열릴 ‘카이로 회담’에서 휴전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양보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통화는 네타냐후 총리가 20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 이후 필라델피 회랑과 넷자림 회랑에서 군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이뤄졌다. 22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카이로에 국내외 담당 정보당국인 모사드와 신베트의 국장들을 파견해 실무 차원의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카이로 회담에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파견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 이스라엘과 협의한 휴전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마스를 압박할 수도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2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중동 지역과 휴전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며 “안보리 모두는 하마스가 미국의 ‘가교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가교 제안은 이스라엘의 요구가 반영된 휴전안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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