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슈퍼주니어, 세월 앞에 장사 있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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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우리는 슈퍼주니~어!에요”

평균 나이 마흔 살, 멤버들 나이만 합쳐 360세를 훌쩍 넘긴 그룹이지만, 무대 위 슈퍼주니어는 여전히 데뷔 첫해의 청춘처럼 날카롭고 뜨거웠다. 20주년을 기념한 ‘슈퍼쇼 10’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팬덤 엘프(E.L.F.)와 함께 걸어온 20년의 역사를 3시간 반 동안 압축해 쏟아낸 대서사시였다.

슈퍼주니어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슈퍼쇼 10’이 22~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3일간 3만 명의 관객과 뜨겁게 호흡한 슈퍼주니어는 3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30곡이 넘는 무대를 라이브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슈퍼주니어는 나이를 잊은 듯한 비주얼과 열정으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 시절을 풍미했던 슈퍼주니어의 히트곡 퍼레이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자 객석은 떼창과 환호로 응답했고,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20년 전 못지않은 에너지로 무대를 채웠다.

슈퍼주니어(사진=SM엔터테인먼트)

초반부터 폭발한 함성… “20년 전 그 시절로”

첫 곡은 ‘트윈스’였다. 메인 무대가 갈라진 뒤 레이저와 조명 사이로 등장한 슈퍼주니어의 박력 있는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케이스포돔은 단숨에 함성으로 가득 찼다. 힘 있는 보컬과 랩, 그리고 데뷔 초와 다름없는 칼군무는 ‘20년 차’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어진 ‘U’는 팬들을 단숨에 2000년대로 소환했다. 박자에 맞춰 딱딱 떨어지는 군무와 함께 관객석은 일제히 일어나 떼창으로 화답했다.

‘너라고’에선 슈주 특유의 감성 보컬이 관객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고, ‘블랙 수트’ 무대에서는 려욱의 샤우팅 후 갑작스러운 암전 연출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강렬한 군무로 폭죽처럼 터지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이어진 ‘마마시타’(야야야)에서는 여유로운 무대 매너로 팬들을 자연스럽게 조련하며 공연장을 장악했다.

과거 활동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뒤 블랙 의상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이 등장했다. ‘슈퍼맨’ 무대는 의자에 앉은 채 묵직한 랩으로 시작해 무게감을 더했다. X자 돌출무대를 가로지르며 객석과 가까이 호흡하는 연출은 팬들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이어진 ‘슈퍼 걸’, ‘헤어컷’, ‘세이 레스’는 슈퍼주니어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드러냈다. 레이저 쇼, 리프트 무대, 검은 천을 활용한 퍼포먼스까지 입체적 연출은 콘서트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게 했다.

슈퍼주니어(사진=SM엔터테인먼트)

20년의 무게 담긴 멘트… “멤버 나이 합치면 360세”

토크 시간은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지난 20년의 시간과 추억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특은 “멤버 수 나이만 합쳐도 360세, 평균 나이 40세가 넘는 현존하는 아이돌 최고령 그룹”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곧이어 “많은 사람들이 ‘쟤네 이제 안 될 거야’라고 했지만, 오늘 이 무대를 보고선 제발 그만하라고 말릴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우린 앞으로도 20년, 30년 더 간다”고 선언해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희철은 “그동안 속 썩인 일이 많았지만, 멤버들과 팬들 덕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며 말했고, 은혁은 “내년 3월까지 24회 이상 투어를 돌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글로벌 활동을 예고했다. 멤버들이 교통사고를 떠올리며 서로를 다독였던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히트곡 퍼레이드… 규현 갑작스러운 부상에도 투혼

후반부는 말 그대로 히트곡 퍼레이드였다. 동물 옷을 입고 등장해 ‘미라클’, ‘파자마 파티’, ‘미’, ‘로꾸꺼!!!’ 등 유쾌한 무대를 펼쳤다. 특히 ‘로꾸꺼’에선 팬들의 떼창이 케이스포돔을 가득 메우며, 20년 차 아이돌다운 여유와 팬과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스터 심플’, ‘미인아’, ‘쏘리쏘리’, ‘돈 돈!’까지 이어지는 슈퍼주니어의 시그니처 넘버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희철은 ‘쏘리쏘리’ 무대에서 드럼을 직접 연주하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특은 ‘돈 돈!’ 무대에서 상의를 벗어던지며 온몸을 무대에 내던졌다. 객석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고, 멤버들과 팬들은 함께 소리를 지르며 하나가 됐다.

슈퍼주니어(사진=SM엔터테인먼트)

공연 도중 발목을 접질려 부상을 당한 규현은 의자에 앉아서 무대를 이어갔다. 갑작스러운 부상에도 공연 완주 의지가 강했던 규현은 앙코르 무대엔 우산을 목밟처럼 짚고 무대를 소화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슈퍼주니어를 향한 의리, 무대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메리 유’, ‘행복’ 등을 열창하며 슈퍼주니어와 팬덤 엘프가 서로를 향해 감사와 사랑을 전하며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슈퍼주니어(사진=SM엔터테인먼트)

“슈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30~40주년도 함께”

3시간 30분 동안 30여 곡을 라이브로 선보인 슈퍼주니어는 세월과 체력의 한계를 초월한 듯했다. “슈퍼주니어의 20년은 과거도, 끝도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슈주는 계속된다”는 이특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쌓아올린 ‘슈퍼쇼 10’은 슈퍼주니어가 왜 여전히 ‘아이돌계 현재진행형 레전드’라 불리는지를 증명한 자리였다.

공연 말미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각자 마음 속에 있는 진심을 꺼내 들면서 월드투어를 잘 마치고 들어오겠다고 다짐했다.

“3일간의 사랑 덕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건강하게 해외투어까지 잘 마치겠다.”(신동)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건 우리의 마음과 팬들의 사랑이다. ‘슈퍼쇼11’도 함께하고 싶다.”(려욱)

“부담도 많았지만 여러분 덕에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자.”(동해)

“‘슈퍼쇼10’은 나에겐 특별한 생일 같은 순간이었다. 태어난 건 여러분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다.”(예성)

“20주년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대와 기도뿐, 사랑에 감사드린다.”(최시원)

슈퍼주니어(사진=SM엔터테인먼트)

“춤과 무대를 제대로 못 보여줘 죄송하다. 하지만 30주년까지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규현)

“멤버들과 팬들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 슈퍼주니어 우정은 영원하다.”(희철)

“40세가 된 지금도 팬들이 곁에 있어줘 고맙다. 50세, 그 이상도 함께하길 바란다.”(은혁)

“20주년까지 왔듯 30주년, 40주년도 가고 싶다. 팬들이 힘들면 언제나 우산이 되어드리겠다.”(이특)

서울 공연을 마친 슈퍼주니어는 9월 홍콩과 자카르타, 10월 마닐라, 11월 타이페이, 12월 나고야 등 전 세계 16개 지역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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