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증원에 중복합격 증가
수시 미충원 대폭 늘어날 전망
넓어진 정시문턱 변수 떠올라
“1~2점 차로 당락 갈릴수있어
대학별 가중치 꼼꼼히 체크를”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전국 의과대학의 수시 미충원 인원이 4년 만에 세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경쟁률이 하락하고 중복 합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면서 중하위권 의대를 중심으로 정시 합격 문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수시 중복합격자와 정시 전형 도전자들의 눈치게임도 그만큼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이 전년보다 평이해) 수시 최저학력기준 미달로 탈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중복 합격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이 있을 것”이라면서 “수시 미충원 인원이 100명대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얘기처럼 교육계에서는 올해 입시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의대 모집인원을 대폭 늘리면서 경쟁률이 떨어지고 중복 합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은 전년보다 1497명 늘어났다. 실제 39개 의대의 2025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24.01대 1로, 전년 30.55대 1보다 낮아졌다. 특히 지원자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위권 및 비수도권 의대에서 수시 미충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는 수시 미충원 인원이 줄어들었던 최근 트렌드와는 정반대 현상이기 때문에 향후 정시 전형을 감안한 입시 전략도 지난해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전국 39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의 수시 이월 인원은 정원 내 일반전형 기준 33명이었다. 수시에서 33명이 결원돼 정시모집 인원으로 이월된 것이다. 수시 미충원 인원은 2023학년도 13명, 2022학년도엔 63명으로 지난 3년간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앞선 2019~2021학년도에는 의대 수시 미충원 인원이 세자릿수였다. 2021학년도에는 157명, 2020학년도에는 162명, 2019학년도에는 213명이었다. 과거에는 의대와 최상위권 공대에 동시 합격하면 공대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수시 미충원 인원이 두자릿수로 줄었다.
수시에서 충원되지 못한 인원은 정시 모집인원으로 이월돼 선발된다. 다음달 13일 수시합격자가 발표되고 같은달 18일에 수시합격자 등록이 마감된다. 이후 각 대학은 수시 미충원 인원만큼을 정시 모집에 추가해 같은달 31일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올해네는 수시 뿐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정원 미달’ 의대가 나올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대에 합격한 학생 한 명당 평균 2.45개 대학에 중복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시 모집인원이 확대된 데다 수시 이월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질 경쟁률이 미달에 가까운 대학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수시 중복합격자는 ‘상향 지원’ 대학의 정시 문턱이 낮아질 지 여부를 두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수시에서 고배를 마신 수험생들도 정시 지원을 어느 곳에 해야할 지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의대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은 추가 합격 연락이 늦게까지 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정시 지원 학생의 경우 수시 이월 규모에 따라 정시 경합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히 올해 수시 결과를 잘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올해 수능이 전년보다 쉽게 출제되면서 근소한 점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어 탐구 과목을 중심으로 대학별로 과목별 가중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는 수시 미달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대 모집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이같은 주장은 입시비리에 해당”한다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대학의 모집 요강에 수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한다는 규정이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대입 전형 운영상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학생과 학부모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이 신입생을 덜 뽑을 의도로 일종의 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중대한 입시 비리로 볼 여지도 있다”고도 했다.
교육부가 지난 7월 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적시된 ‘특정 수험생의 합격 여부에 부당한 영향을 주기 위해 교직원 2명 이상이 조직적으로 입학전형 과정·결과를 왜곡하는 중대 입시 비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해당 대학은 1차 위반 때부터 총입학정원의 5% 범위에서 ‘정원 감축’이란 강력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