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 신라 경주 월성 해자 ‘곰’, 반달가슴곰 조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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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으로 본 신라’ 학술대회
中동북부-러 연해주와 서식권 같아… 복원중인 지리산 곰과 ‘한 어머니’
말갖춤 장식 ‘비단벌레 딱지날개’… 천연기념물 비단벌레와 가까워

1500여 년 전 경주 월성(月城)의 물길(해자·垓字)에 잠들었던 곰이 오늘날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직계 조상이란 사실이 유전자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19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해 14, 15일 국제학술대회 ‘유전자 분석으로 본 신라 사회’(사진)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신라시대 곰과 소의 뼈 DNA를 추적해 혈통을 판별하고, 황남대총 출토 ‘말안장 뒷가리개’ 등으로 유명한 비단벌레의 겉날개를 분석해 당대 신라의 자연환경도 되짚어 봤다.

● 신라의 곰과 소, 현재까지 이어져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한상현 국립공원공단 연구위원이 발표할 예정인 ‘5세기 월성 해자에서 나온 곰 뼈 16점의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주로 암컷에서 새끼 개체로 이어져 모계 혈통을 추적할 수 있는 유전자다. 당대 곰 뼈 16점을 분석했더니 이는 모두 반달가슴곰, 특히 ‘우수리 아종’으로 밝혀졌다. 경주 월성 곰과 2000년대 국내 복원을 위해 북한과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한 곰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치한 두 계통 가운데 하나는 조선 중기부터 6·25전쟁 때까지 존재했던 태백산 곰과도 유전자가 맞아떨어졌다. 삼국시대 경주의 곰과 조선시대 곰,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지리산 곰이 같은 어머니의 핏줄로 이어진 셈이다.

국립공원공단 연구팀에 따르면 과거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는 곰이 오가던 ‘하나의 서식권’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 복원 과정에서 어떤 개체를 방사할지 고르는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소 뼈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속성이 드러났다. 김동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월성에서 나온 소 뼈의 유전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한다. 이 연구에서 월성 소가 우리의 한우나 일본 미시마·구치노시마섬 재래 소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게 드러났다. 소의 계통은 크게 혹 없는 ‘타우루스종’과 혹이 달린 ‘건봉우종(혹소)’으로 나뉜다. 월성 소는 혹 없는 동아시아 타우루스종으로, 한우도 이에 해당한다. 비슷한 시기 중국 북부 소들은 수·당 시기 이후 남중국 혹소 계통과 피가 섞였지만 월성 소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이러한 분석은 일본 소가 한반도를 거쳐 전해졌음을 유전자로 뒷받침하기도 한다.

● 신라의 숲은 풍성한 활엽수

경북 경주시 황오동 쪽샘지구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심엽형 장식 복원품 및 진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경북 경주시 황오동 쪽샘지구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심엽형 장식 복원품 및 진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일본 후나바루 고분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유물과 재현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일본 후나바루 고분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유물과 재현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배연재 고려대 교수는 경주 쪽샘 44호분 등 신라 고분에서 나온 비단벌레 딱지날개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한다. 신라인은 비단벌레의 영롱한 초록빛 날개로 말갖춤 등 장식에 붙여 쓰길 즐겼다. 비단벌레의 날개를 분석한 결과, 이는 현재 남해안 일부에만 남은 한국 고유종이자 천연기념물 비단벌레와 가장 가깝다는 게 밝혀졌다.

신라인이 장식품 재료로 애용했던 비단벌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신라인이 장식품 재료로 애용했던 비단벌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당대 신라의 자연환경도 예측했다. 신라 때 비단벌레는 한반도 해안지대에 훨씬 넓게 분포했으며, 제주에서도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식의 핵심 조건은 팽나무나 느티나무처럼 오래 자란 나무가 우거진 활엽수림이다. 실제로 월성 해자 흙의 4∼7세기 지층에선 이런 나무들의 흔적이 최대 30%까지 발견된다. 1500여 년 전 경주는 온화한 날씨에 활엽수가 풍성하게 우거진 지역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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