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4년의 UFC 커리어에도 ‘정식’ 챔피언이 된 적은 없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후회 없이 옥타곤을 떠났다.
더스틴 포이리에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 스무디킹 센터에서 열린 맥스 할로웨이와의 UFC 318 메인 이벤트 ‘BMF 타이틀전’에서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 패배했다.
14년 UFC 커리어의 마지막 경기, ‘라스트 댄스’였다. 포이리에는 이미 두 번이나 무너뜨렸던 할로웨이를 만났고 멋진 혈전을 펼쳤다. 결과는 패배였으나 포이리에와 할로웨이는 뜨겁게 포옹, 마지막을 함께했다.
포이리에의 UFC 커리어는 화려하다. 국내 팬들에게는 정찬성과 혈전을 펼쳤던 선수, 코너 맥그리거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선수로 유명하다.
수없이 전쟁을 펼쳤던 포이리에.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오가며 수차례 챔피언이 되기 위해 도전했던 그다. 하나, 단 한 번도 ‘정식’ 챔피언이 된 적은 없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찰스 올리베이라, 이슬람 마카체프 등 당대 최강들에게 밀리며 끝내 한 체급의 정상에는 서지 못했다.
포이리에는 최근 치상가 말라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 타이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후회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없다. 물론 경기가 지난 뒤 어떤 장면을 돌아봤을 때 ‘아,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저걸 막았어야 했는데’ 싶은 순간들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나의 커리어 전체를 봤을 때 매 순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나는 파이트 위크 때마다 가진 모든 것을 놓고 싸우려 했고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가려 노력했다”며 “그렇기에 준비나 파이팅 접근 방식에 대해선 전혀 후회 없다. 경기 벨이 울릴 때마다 항상 최고의 모습으로 싸우기 위해 모든 걸 했다”고 덧붙였다.
포이리에다운 답이었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렇기에 많은 격투기 팬이 사랑하는 남자가 됐다. 물러서는 법이 없었고 언제든지 정면 승부했다. 그런 그가 14년 정든 옥타곤을 떠난다.
포이리에는 경기 후 할로웨이의 배려로 먼저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솔직히 모든 것이 너무 벅찼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단 한 번도 파이팅에서 벗어나 내 삶을 바라본 적이 없다. 항상 이 안에 있었고 다음 목표를 위해 계속 달려야 했다. 또 가족을 위해 버텨야 했다. 그래서 잠시 떨어져서 내 삶을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주는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졌다. 팬들, 루이지애나, 그리고 UFC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의 꿈을 향해 달리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줬는지 몰랐다. 정말 감사하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며 마지막 인터뷰를 끝냈다.
한편 포이리에의 마지막 라이벌이었던 마카체프는 SNS를 통해 “축하해, 포이리에. 넌 옥타곤에 들어선 파이터 중 진정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당신과 옥타곤에서 함께한 건 내게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정말 길고, 길고, 또 길었던, 아주 길었던 커리어였다. KO 승리가 있었고 서브미션 승리도 있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당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커리어에 있어 기복이 있었으나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왜? 그는 정말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정식 챔피언이 되지는 못했지만 잠정 챔피언은 됐다. 난전이라는 측면에서 포이리에는 정말 최고의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오랜 라이벌이었던 코너 맥그리거는 마지막까지 존중(?)이 담긴 트래시 토크로 포이리에를 보내줬다. 그는는 “우리는 좋은 파이터를 사랑하고 포이리에와 할로웨이 모두 그런 파이터다. 전사들이다. 멋진 경기였다. 잘 싸웠다. 브라보! R.I.Pea head!”라고 전했다.
‘R.I.Pea head’는 ‘Rest In Peace’와 ‘Pea head’를 섞은 것이다. 과거 맥그리거가 포이리에와 갈등을 겪고 있을 때 ‘Pea head’, 즉 완두콩 머리라고 조롱한 것을 이번에도 꺼낸 것이다.
존 존스는 “이게 바로 진짜 라이벌 맞대결이지”라며 “놀라운 커리어를 축하해 포이리에. 수년간 멋진 경기를 해줘서 감사해. 이제 은퇴를 마음껏 즐겨!”라고 찬사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