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소에너지시스템스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차세대 유망주다. 석유 시추 현장에서 하늘로 날려버리던 폐가스를 모아 전기를 만들었고, 이 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창업 7년 차의 크루소는 에너지 최적화에 기반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노하우로 100억달러(약 13조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상장사 가운데 어플라이드디지털코퍼레이션(APLD)이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체이스 로크밀러 크루소 최고경영자(CEO·사진)를 6일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SK를 비롯해 전력·부품 공급, 한국 노동 시장 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한국 진출 의사를 밝혔다.
◇ 네오 클라우드 업체 韓에 ‘관심’
한국 진출과 관련해 로크밀러 CEO는 “AI 인프라 구축 속도가 빠른 한국에 우리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해 새로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금융회사과의 협력도 열려 있지만, 한국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해외 대형 자본 파트너들과 함께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크루소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추고 있다. AI 학습·추론 등을 위한 반도체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으로 집적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 냉각 등 GPU 서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공간을 찾는 데 특화돼 있어서다. 이 같은 인프라 설계에 자체 AI 클라우드까지 수직으로 결합해 수요 기업에 서비스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업계에선 크루소처럼 AI 연산 작업에 특화된 업체를 ‘네오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최근엔 오라클과 협력해 ‘스타게이트 원’이라는 프로젝트명 아래 미 텍사스주에 1.2GW짜리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라클, 오픈AI, 소프트뱅크 등을 모아 놓고 취임 초기 백악관에서 발표한 초대형 AI데이터센터 계획의 첫 사례다. 업계에선 이곳에 집적될 GPU가 4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26만 개를 웃도는 규모다. 현재 국내에선 크루소와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 중인 SK그룹 정도다.
◇ “데이터센터 남는 전력 활용할 수도”
로크밀러 CEO는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AI 거품론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AI 모델 고도화→유용성 증가→수요 확대→인프라 투자→모델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는 놀라운 ‘성장 루프’가 구축됐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에는 ‘누군가 지으면 언젠가 쓸 것’이라는 투기적 접근이 지배적이었다면 현재는 가용할 수 있는 AI용 GPU 한 개에 10명의 수요자가 줄 서 있는 실수요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AI업계에서 문제 되고 있는 전력과 관련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내놨다. AI 인프라가 오히려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센터 에너지는 피크 전력을 기준으로 설계되는데 설비가 24시간 내내 최대치로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며 “남는 전력을 외부 전력망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전력 공급원이 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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