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장편 내놓은 김애란… “성취가 곧 성장은 아니라는 이야기”

4 weeks ago 7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간담회
세 고교생 시점 오가며 스토리 풀어… “아이들이 무언가를 관두는 과정서
종래엔 타인의 슬픔 이해하는 얘기… 전작의 다크 버전으로 생각해주길”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김애란은 “제가 기성세대가 되다 보니 신작에 청소년을 그릴 땐 조금은 더 도움이 되는 어른을 곁에 세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김애란은 “제가 기성세대가 되다 보니 신작에 청소년을 그릴 땐 조금은 더 도움이 되는 어른을 곁에 세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전작 ‘두근두근 내 인생’의 다크 버전, 가족과 성장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신작을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김애란은 이같이 말했다. 신간은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이후 13년 만에 그가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달려라 아비’ 등으로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주목받는 작가인 만큼 신간은 13일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직후 알라딘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신작에는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지우, 소리, 채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화목하고 풍족해 보이던 채운네 가족은 1년 전 ‘그 사건’으로 어머니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한다.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며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으로, 인물의 다면성을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있는 문장으로 그린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 이어 다시 한번 청소년 이야기를 들고 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두 번, 세 번 쓰는 것을 좋아한다”며 “어떤 이야기를 하나 썼으면 시간이 지나 그것의 ‘다크 버전’을 쓴다”고 했다. 가령 단편 ‘칼자국’에서 모성의 건강함, 세 끼를 먹이는 일의 미덕에 대해 쓴 후 단편 ‘가리는 손’에선 세 끼를 먹이는 일의 끔찍함을 다루며 가족 중심주의를 뒤집어 보는 식이다.

그는 신작이 일반적인 의미의 성장과는 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며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읽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신작에) 성취나 성공을 이루는 게 아니라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그만둔 아이들이 나온다.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는 되지 않았으면 싶었다”며 “무언가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에 몰두하다 종래에는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 갖게 되고 내 고통만큼 다른 이의 슬픔도 상처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더불어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첫 장편에서 익히 알고 있는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유사 가족’, 사람 못지않게 친밀감을 주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등장시켰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이상화된 4인 가족, 다인 가족 모델은 무너진 지 오래”라며 “어려운 순간 힘이 돼준 반려동물, 나랑 피는 안 섞였지만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어떤 아저씨’ 또한 이제는 가족의 이름으로 불려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써봤다”고 말했다. 올해로 23년차 작가가 된 그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할까. 그는 이 대목에서 어린 시절 검은 개에 놀라 자신이 터뜨린 울음소리를 듣고 근처 칼국숫집 주방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식칼을 들고 쫓아 나온 일화를 들려줬다.

“나이가 들어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 때 그때 칼을 들고 뛰어나온 엄마를 생각하면 덜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나이를 먹으니까 아픈 부모를 간병하는 내용의 단편들을 종종 쓰고 있는데, 이젠 내가 부모 앞에서 검은 개를 쫓아내 줘야 하는 상황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쓸 소설은 그런 식으로 변화하지 않을까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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