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아이, 한도 50만원 신용카드 괜찮죠?”...‘외상’ 도파민만 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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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아이, 한도 50만원 신용카드 괜찮죠?”...‘외상’ 도파민만 키울 수도

입력 : 2026.05.24 09:31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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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카드(엄카) 좀 잠깐 빌려주세요.”

학원 교재를 사거나 편의점에서 간식을 살 때 부모님의 카드를 대신 들고 결제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더 이상 지갑에 ‘엄카’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지 몰라요. 지난 4일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미성년자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만 12세 이상 미성년자는 부모가 신청하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가족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어요. 가족 신용카드는 월 10만원으로 한도가 제한되어 있고 부모가 동의하면 최대 50만원까지 상향할 수 있어요. 건당 결제액은 5만원으로 제한돼요. 경제 관념이 형성 중인 청소년의 무분별한 과소비를 막기 위한 조치죠.

또한 대중교통, 문구, 서점, 편의점, 학원, 병원과 같은 실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만 카드를 쓸 수 있고 유흥이나 사행성 업종의 결제는 원천 차단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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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기 시작한 청소년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희진 양(17)은 이번 주 자신의 영문 이름이 새겨진 첫 신용카드를 지갑에 넣었습니다.

박 양은 “예전에는 학원 교재를 사거나 편의점에 갈 때 부모님 카드를 빌려 써야 해서 잃어버릴까 늘 조마조마했다”며 “이제는 내 이름이 적힌 카드로 당당히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어요.

조연희 양(16)은 “결제할 때마다 부모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승인 알림이 전송된다”며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니까 정해진 한도 안에서 용돈을 더 계획적으로 쪼개 쓰려 노력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수연 씨(43)는 자녀 명의의 신용카드가 생긴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이 씨는 “예전에는 당장 아이들 밥값이나 학원비 결제 때문에 카드를 내어주곤 했는데 이제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아이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해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아이가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어요.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결제수단 확대라기보다 현실화된 소비 관행을 제도권으로 편입한 변화로 보고 있어요. 김재근 대구교대 교수(한국금융교육학회 이사)는 “법령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고, 음지의 관행을 양지로 끌어올린 제도적 정비”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카드에는 자녀 이름이 적히지만, 실제 카드값은 결국 부모가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도 함께 나오고 있어요. 가장 큰 우려는 자제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빚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신용카드는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구조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빚의 성격이 있어요. ‘내가 마음대로 긁어도 결국 부모님이 갚아줄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청소년의 경제적 책임감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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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카드 대란’을 떠올리는 시선도 있어요. 우리 사회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성했던 과거가 있어요. 정부의 장려에 힘입어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저신용자, 심지어 미성년자도 카드를 발급했죠. 이들 중 상당수는 상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카드 대금 연체율 역시 폭증했어요.

결국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는 신용 확대에는 책임감과 통제가 함께 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어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합리적 소비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해요. 김재근 대구교대 교수(한국금융교육학회 이사)는 “체크카드가 ‘있는 돈 안에서 쓰는 법’을 가르친다면, 신용카드는 한도 안에서 소비를 계획하고 청구서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신용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했어요.

다만 이런 교육 효과가 실제로 이어지려면 부모의 지도와 후속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짚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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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카드 제도가 청소년들의 금융 교육의 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한준 메리츠캐피탈 기업금융본부장은 자녀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요.

김 본부장은 “가족카드 발급을 진정한 금융 교육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소비할 권한과 대금 결제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아울러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 경제 주체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신용 사회의 기본 원리 등 실질적인 경제 교육이 성교육이나 예의범절 교육처럼 학교에서도 공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덕식 기자·김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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