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vs 35조…산불 꺼진지 언젠데 추경은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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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산불에 쑥대밭이 된 주택과 교회 건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산불에 쑥대밭이 된 주택과 교회 건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 산불 피해 복구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이 커지지만,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정부에 정당정책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도 추경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적 대립에 4월 ‘벚꽃 추경’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아직 추경 편성 작업에 본격 나서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여야 동의를 거쳐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동의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다.

정부는 통상대응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3조∼4조원, 서민·소상공인 지원에 3조∼4조원이 투입되는 필수 추경 세부 내역을 다음주엔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등 예산안은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가 심의·확정한다. 이번주 추경 편성에 동의해도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해 정부안을 만들고 정치권이 이를 논의하려면 이달 내 빠듯하다.

추경 필요성에 대해선 정치권이 한목소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을 검토하겠다고 한 게 몇 달째인가”라며 “한국은행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왜 소식이 없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이 담긴 35조원 대규모 추경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10조원대 ‘필수 추경’ 계획을 밝힌 정부와 입장 차이가 크다. 정부는 통상, 산불, 민생 등 필수 부분에 한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10조원짜리 ‘짤끔’ 추경으로는 최소한의 대응도 불가능하다”며 “소비 진작 패키지를 포함해 과감한 재정 지출을 담은 추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에 정당정책의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다만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원내대표 회동은 거부했다. 대선과 개헌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제안에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부친상을 고려해 일정을 늦췄다는 입장이다.

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여당이 없는 경우 행정부와 각 정당 사이에 정책협의 및 조정을 위한 정당정책협의회를 둔다. 협의회는 국무총리가 개최하고 각 정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하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달 내 추경 통과를 목표로 정부가 기존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추경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티은행과 JP모건은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내지 0.9%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뜻이다.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로 옆 대만은 뛰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32% 고율 관세를 부과받자 곧바로 12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 수출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고 신규 자금도 공급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기존 10조원 규모 추경 계획을 재검토해서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내수 진작 예산을 과감히 늘리길 바란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또한 국민 안전을 위한 예산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은 마약수사 예산 등 각종 범죄수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최근 강릉에서 무려 2t, 최대 67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의 코카인 밀수입 선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실이 미국 FBI의 첩보로 적발됐는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수사 성과만 거듭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지키는 민생 범죄수사 예산 복원 역시 이번 추경에 반드시 반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예산을 일방삭감했을 때부터 ‘입벌추’, 입만 열면 추경을 말하던 이재명과 민주당은 이제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현금 살포가 포함된 추경만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추경을 정략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생각뿐, 민생과 경제 위기는 안중에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국민의힘은 4월 내에 추경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1차적으로 여야 간에 이견이 없는 추경부터 통과를 시키고 정쟁 이슈가 있는 내용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한 최 부총리는 “산불 피해 지원이 시급하고 전례 없는 관세 충격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의 심각한 피해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우리 산업과 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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