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지기 보수논객도 트럼프 '손절'…전쟁으로 분열하는 M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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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선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와 함께 선 터커 칼슨.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와 함께 선 터커 칼슨.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분열하고 있다.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 논객인 터커 칼슨이 미국·이란 전쟁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칼슨은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를 미워하지 않는다"며 "나는 이 전쟁과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방향을 미워할 뿐이다. 난 배신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그는 "왜 미국 정부는 자국민을 위해 행동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트럼프에서 시작된 게 아닌 세대적 문제"라며 "오히려 트럼프는 체제가 자신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칼슨은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했다고 말했다. 칼슨은 전쟁을 막기 위해 백악관을 3차례 방문하고 밤낮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로비를 벌였지만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는 불행히도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입증해 버렸다"며 "그런 식으로는 권위주의 체제를 운영할 수는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운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NN 방송, 폭스뉴스 등에서 앵커로 활동한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언론인 중 하나다. 그는 2023년부터 본인의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현재 6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칼슨은 JD 밴스 부통령 지명 등 트럼프 행정부 2기 구성에도 관여했다. WSJ은 "미국의 가장 인기 있는 보수 논객인 칼슨이 이제 마가 운동을 분열시키는 반전 세력의 얼굴이 됐다"며 "거의 10년간 함께 하며 현대 보수주의 운동을 재편한 두 사람의 우정이 산산조각이 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칼슨은 지난 20일에도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자신이 전쟁 중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에 대해 괴로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사람들을 오도한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격 사건 직후 워싱턴 DC의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격 사건 직후 워싱턴 DC의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

칼슨은 2024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는 등 든든한 우군이었다. 칼슨은 중동을 포함한 해외에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유로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갔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것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칼슨에게 "괴짜"라고 맞받아쳤다. 칼슨은 올해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무력으로 축출한 것도 지적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석유 대기업 경영진과의 회의에 칼슨이 따라가면서 일시적으로 회복된 듯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칼슨을 지목하며 그가 "매우 유명한 보수주의자이자 와스프(WASP·백인 앵글로색슨계 개신교도의 줄임말)다"라고 말했다. 와스프는 미국 상류 사회의 주류 집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칼슨은 이란 공격 전날인 지난 2월 27일 오후 10시께 이란을 공격한다는 의미의 "우리는 간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칼슨은 "이게 정말로 일어날 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칼슨이 지속해서 전쟁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터커는 아이큐(IQ)가 낮은 사람이며, 과대평가 됐다"고 비난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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