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는 최악의 반(反)흑인적 제도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이 같이 말하며 최저임금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한정된 부를 두고 사람들간의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사회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생각했다.
프리드먼의 우려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던 1950년대 미국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1956년 미국의 최저임금은 75센트에서 1달러로 올랐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기 직전 미국 남성 집단의 실업률은 인종과 관련없이 약 8%대로 거의 비슷했다. 최저임금이 치솟은 후에는 흑인 집단의 실업률은 20~25%로 뛰었다. 다른 사회취약계층의 고용 감소 효과는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반면 백인 집단의 경우 실업률은 고작 13%로 오를 뿐이었다.
만약 프리드먼이 지금까지도 살아있다면 최저임금제도를 두고 “최악의 반인간적인 제도”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프리드먼이라면 최저임금 인상이 과거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경쟁을 부추겼다면 이제는 사람에서 인공지능(AI)로 일자리 이전을 훨씬 더 빠르게 부추긴다는 점에 분명 주목했을 것이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기술의 진보에 따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조류라고 하지만 급격하게 상승된 최저임금은 기업들의 AI와 로봇 선택을 한층 더 빠르게 유도하고 있다. 이제 식당을 가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로봇이 배달해주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화상담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AI챗봇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
문제는 사람들이 미처 미래를 대비하기도 전에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점점 더 초단기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20대 시간제 근로자는 2014년 41만6000명이었으나 10년 후인 2024년에 81만7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 사이 최저임금은 5210원에서 9860원으로 올랐다.
최근 정부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지 37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최저임금이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인간적인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개혁안이 도출돼야 한다.
최예빈 기자 yb1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