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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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강원 평창 하안미 금강소나무숲 전경. (사진=평창국유림관리소 제공) |
[평창=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가리왕산(加里王山)은 강원 평창과 정선에 걸쳐 있는 해발 1561m의 명산이다. 대한민국에서 9번째로 높은 산으로 이름에는 두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고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난을 피해 은둔했던 곳으로 갈왕산(葛王山) 또는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불린다는 설이 있다. 여기에 산의 모습이 볏단이나 나무토막을 쌓아 올린 볏가리, 나뭇가리를 닮았다고 해 가리왕산으로 불렸다는 유래도 있다.
산세는 상봉, 중봉(해발 1443m), 하봉(1380.3m) 등 3개의 봉우리가 완만하게 이어져 있고, 자작나무, 구상나무, 마가목, 단풍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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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에 위치한 금강소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 |
1928년 금강송 직파조림…생태·환경적 건강한 숲 완성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에 위치한 금강소나무숲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8년부터 조림을 시작했다. 당시 당국은 소나무를 벌채한 뒤 이곳이 소나무 조림에 적합한 지역임을 알고, 형질이 우수한 소나무를 얻기 위해 직파조림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묘목을 심지 않고 씨를 뿌려 나무를 키웠다는 의미다.
과거 임도가 없던 시절 어린 묘목을 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려웠고, 그 대안으로 솔방울에서 채취한 종자를 직접 심는 직파조림 방식으로 숲을 만들었다. 임도가 발달한 요즘에는 직파조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산에 낙엽이 두껍게 쌓여 씨가 발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 어린나무가꾸기, 간벌 등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어졌고, 100년이라는 시간은 수간이 곧고 형질이 우수한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만들었다.
그 결과 평균 높이 20m, 평균 가슴높이 지름 32㎝의 우람한 금강소나무 군락은 생태·환경적으로 건강한 숲이 완성됐고, 2003년에는 제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는 등 산림 경영부터 나무와 숲을 연구하는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거 이 숲은 일반인은 물론 지역주민들조차 숲 이름을 모를 정도로 비밀에 쌓여 있었다. 하안미 금강소나무숲은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숲으로 들어가는 모든 임도에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그간 이 임도는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산책 정도만 허용될 뿐 어떤 탐방객들의 입장도 허용하지 않았다.
36ha 규모에 1만 5000그루의 금강소나무는 산림경영와 목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평창국유림관리소는 매년 나무의 생육 상태에 따라 적절한 간벌을 해 나무가 자랄 공간을 확보해주고 있다.
또 자연 방식 그대로 어미 소나무가 직접 씨앗을 퍼뜨리도록 하는 천연하종갱신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보기 힘든 희귀 야생화도 자랑이다. 한계령풀, 얼레지, 바람꽃, 현호색, 복수초 등 각종 야생화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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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일대서 진행된 열식간벌 사업지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
1970~1980년대엔 낙엽송·잣나무 등 수종전환…지역주민과 상생의 철학 나눠
안현갑 압록국유림영림단 이사장은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1970~1980년대 국토녹화 시절 낙엽송, 잣나무 등으로 수종 갱신을 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업 기계화를 시도한 곳이 바로 강원 평창으로 현재 소나무는 생태 보존용으로 하고 낙엽송 등은 경제림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도 명품숲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최근식 하안미5리 이장은 “국유림관리소와 협약을 체결한 뒤 봄철에는 산불예방 활동을 하고, 산나물과 잣 등을 채취하면서 숲과 상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열식간벌도 하안미 금강소나무숲에서 선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선진 임업경영방식이다. 열식간벌은 조림 식재열에 따라 1열 제거, 2~3열을 존치하는 간벌 방식을 말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정량간벌 대비 작업비용 49%, 산물수집 생산성이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산림청은 솎아베기 방식을 나무의 생육단계에 따른 기준 잔존본수를 남기는 정량간벌 위주의 숲가꾸기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임도 등 기반시설 부족 및 수집비용 문제로 제거된 나무에 대한 수집·활용에 한계가 있어 저비용·고효율의 숲 관리 방식인 열식간벌을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문병호 평창국유림관리소 경영·문화팀장은 “열식간벌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 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벌채 등 산림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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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갑(오른쪽) 압록국유림영림단 이사장과 문병호(가운데) 평창국유림관리소 경영·문화팀장, 최근식 하안미5리 이장이 하안미 금강소나무숲을 걷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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