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을 따라가니 세계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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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을 따라가니 세계사가 보인다

입력 : 2026.09.04 16:07

은, 욕망의 세계 틸만 벤디코프스키 지음, 최은희 옮김 오팬하우스 펴냄, 2만2000원

은, 욕망의 세계 틸만 벤디코프스키 지음, 최은희 옮김 오팬하우스 펴냄, 2만2000원

금의 눈부신 광채에 가려졌지만 은(銀)은 묵묵히 문명과 교역을 떠받치며 인류 역사를 이끌어왔다. 독일 역사학자 틸만 벤디코프스키가 쓴 '은, 욕망의 세계'는 은을 따라 중세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경제와 무역, 권력의 역사를 살핀다.

은은 대륙을 오가며 세계를 연결했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항해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거대한 은광이 개발되면서 유럽으로 들어오는 은의 양이 급격히 늘었다. 유럽 상인들은 은을 들고 아시아의 향신료와 비단 등을 사들였고, 중국에서도 세금과 거래에 은이 널리 사용되면서 금 대신 화폐의 역할을 수행했다. 'Bank'가 금행(金行)이 아닌 은행(銀行)으로 번역된 이유다.

하지만 은의 번영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광산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원주민, 은을 둘러싼 투기와 범죄, 부의 편중과 약탈이 이어졌다. 책은 은 숟가락과 식기, 장신구 같은 일상적 물건부터 은광과 국제무역까지 시선을 넓히며 한 금속이 인간의 욕망과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준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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