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명한 유튜버·축구선수를 꿈꾸면서도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건 의지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친절한 환경 때문일 수 있다. 아이가 불편해하기 전에 부모가 미리 다 치워주고 원하는 건 재빠르게 해결해주는 구조. 이런 식으로 자란 아이는 욕망과 현실 사이에 노력이라는 다리를 놓아본 적이 없다.
이 현상은 분리·독립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이건 누가 대신 해줄 수 없고 자기가 해봐야 감이 온다. 애착만 강조된 육아는 아이를 계속 붙잡아두는 일에 머물기 쉽고 독립하고 싶은 아이의 시도를 무의식적으로 막기도 한다.
이 책은 인간 심리 구조를 연구해온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와 20년 동안 소아정신과 진료실에서 아이와 부모를 마주해온 류한욱 원장이 함께 써 내려간 심리 교양서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온 정신과 의사와 어른이 된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낼 가장 근본적인 개념으로 ‘적절한 좌절의 부재’ ‘분리·독립의 실패’를 꼽았다. 애착 과잉의 부모는 정서적 비만인 자녀를 낳는다. 정서적 비만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작은 실패나 비판에도 쉽게 무너지고 자율성과 책임감이 부족해 스스로 결정하거나 행동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